원로 서양화가 오승우(71·예술원회원)씨가 6월 8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미술관 전관에서 고궁과 전통 사찰을 화폭에 담은 대규모 작품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회에는 지난 96년부터 5년간 중국, 인도, 네팔, 태국, 부탄 등 13개국을 다니며 고궁과 전통 사찰을 화폭에 담은 대작 10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오씨가 미술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1955년 무등산의 한 사찰에 불이 나 새로 후불탱화를 그려야 했을 때 탱화를 맡았던 부친 오지호 화백이 "너도 그려봐라"해서 탱화를 그리게 되면서다.
탱화제작을 계기로 불교에 매력을 느껴 이듬해 한 달 동안 해남 대흥사에서 그린 ‘불전’이 그 해 국전에서 입선했다. 그 후로 금산사, 화엄사, 법주사의 불상과 건물을 그려 내리 5회 특·입선해 스물아홉 나이에 일찌감치 국전 추천작가가 됐다.
소재 자체야 40년전과 변함이 없지만 화풍의 변화는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50년대 후반 ~ 60년대초의 사찰 그림들은 정밀한 붓터치로 불상에 떨어지는 햇살 한 줄기도 놓치지 않은 작품들. 그러나 최근작들은 법당을 그려도 굵직한 윤곽선만 남기고 나머지는 화사한 색면만 남겼다. 후기 인상파 혹은 야수파적이라는 평가도 그래서 나온다.
오씨는 "결국 그림의 대상이 화풍을 좌우하더라"고 했다. 대부분 전시작이 구체적인 묘사 대신 뭉뚱그린 색면으로 표현했지만, 빈틈없이 모든 구석을 장식한 티벳의 불전은 극사실적으로 묘사하지 않을 수 없더라는 것.
오씨는 선천적 망막 질환 때문에 한때 실명위기까지 겪었고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오씨는 이같은 시력 문제를 극복하고 톡특한 소재로 자신의 영역을 개척해 많은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부디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