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머문 풍경>(눈빛)은 전직 언론인 구활씨가 전국 각지의 사찰, 저명 문인들의 생가, 유적지 등을 둘러보고 쓴 문화유산 답사기다.
이 답사기는 객관적 사실과 그에 기반한 감흥이나 생각을 기록한 보통 답사기와는 조금 다른 면모를 보인다. 때때로 사실의 경계를 넘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그럴 듯한 한 편의 소설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 것이다.
저자를 오랜만에 '예술적 오르가슴' 상태에 빠져들게 했다는 강화의 전등사 대웅전이 지닌 아름다움을 상찬하기도 하고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가 종종 들렀다는 영천의 은해사를 찾아 아버지를 추모하기도 한다.
또 이제는 고인이 된 서정주, 박목월, 이효석, 김영랑 등 문인들의 생가를 찾아 그곳에서 새로운 감회로 곱씹어 보는 그들의 작품세계나 병자호란으로 인조가 한강변 삼전도 나루에서 청 태종에게 굴욕적인 항복의 의식을 치러야 했던 역사의 한 장면이 소개되기도 한다.
'홀로움이 부르는 회심곡' '묵향이 서기(瑞氣)를 품으니' '선방의 죽비소리' '한은 가슴으로 쌓이고' 등 전체 4부로 구성됐다. 274쪽. 9천원.
부디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