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까지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열리는 '추사와 그 학파전'은 위대한 예술가이자 학자였던 추사 김정희(1786~1856)와 그 제자들이 남긴 작품들을 통해 19세기 조선을 새롭게 일군 지식인들의 예술세계와 시대정신을 기리고 있다.
형식의 틀 속에 갇혀 있는 전통화법에서 대담하게 탈피해 파격적으로 그 본질만을 표현하려는 극도의 추상적 회화 정신을 추구했던 추사의 회화운동은 조선성리학을 바탕으로 꽃피워 온 진경풍속화풍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 바탕에는 실사구시와 이용후생을 주장하는 청조 고증학이 이념적 배경으로 깔려있다.
간송미술관 1, 2층 전시장에는 추사 작품을 중심으로 추사의 글씨 제자들과 그림 제자들의 대표작 12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추사가 평생 벗을 삼았던 이재 권돈인, 매화를 사랑했던 우봉 조희룡, 화풍이 간결 담박했던 북산 김수철, 초상화를 잘 그렸던 희원 이한철, 청조문인호풍과 전통적인 조선고유화풍을 더불어 갖춘 혜산 유숙, 나이 삼십이 넘어 추사댁 사랑에 머물며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던 소치 허유, 추사가 가장 아꼈던 제자로 스물아홉에 요절한 고람 전기 등 20여명의 추사학파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 할 수 있다.
간송미술관이 71년 가을 첫 전시 이후, 60회를 맞이하는 이번 정기기획전 '추사와 학파'전에서 그림이 곧 글씨이고, 글씨가 곧 그림이 되는 경지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02)762-0442
이은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