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대표적인 무용인 발레를 방편으로 동양 사상의 정수인 불교의 세계로 인도하는 독특한 창작 포교 무용극 '사천왕'이 5월 30일과 31일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선보인다.
동국대 체육교육과 손재현 교수가 이끄는 손재현무용단이 준비한 포교 무용극 '사천왕'은 지난 1999년 에밀레종에 얽힌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넋의 소리'에 이은 손교수의 두 번째 포교 무용 작품이다.
손교수는 "불교의 호법신장인 사천왕은 누구나 한번쯤은 사찰의 입구에서 혹은 그림을 통해 접해본 가장 대중적이고도 독창적인 캐릭터여서 작품의 소재로 오래 전부터 마음에 두었다"면서 "외관상의 모습 때문에 무서운 대상으로 여겨지는 사천왕의 이미지를 벗어나, 부처님의 세계로 인도하는 진정한 사천왕의 의미와 역할을 이번 무용극에서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교 무용극 '사천왕'은 석불을 조각하며 '달래'와의 사랑을 키워가는 '일심'과 옛사랑인 '달래'를 되찾기 위해 질투심에 사로잡힌 농부 '솔봉'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어리석음과 욕망, 탐욕으로 얻은 결과가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를 이야기한다. 극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지국천·광목천·증장천·다문천의 사천왕은 순간 순간 나타나 이들의 어리석음을 일깨워 부처님의 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정통 발레의 기본 위에 사천왕과 주인공들의 내면이 얼굴표정과 아크로바틱적인 몸놀림의 현대적 창작무로 표현된다.
대본은 동국대 예술대학장 김흥우 교수가 맡았는데 연극학과 신영섭 교수가 연출을, 이동훈교수가 조명과 무대를 맡는 등 불교종립 동국대교수들이 뜻을 모아 참여했다는 점도 이번 포교 무용극 '사천왕'의 특징이다.
특히 이번 무용극은 공연시작 30분 전부터 극장 로비를 천왕문으로 삼아 사천왕 분장을 한 공연자가 서서 관객들을 맞이하고, 극의 시작과 함께 사천왕이 관객들을 유도하는 등 여느 공연과는 색다른 이벤트적 요소도 가미하게 된다. 이같은 시도를 통해 공연시간 내내 석불이 서 있는 무대를 중심으로 극장 자체를 법당으로 삼아, 관객과 공연자가 혼연 일체가 된 장엄의 시간을 마련한다는 것이 손교수의 계획이다.
"우리의 불교를 세계화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적극적인 문화예술의 창작과 교류라고 생각한다"는 손교수는 포교 무용극 '사천왕'에 이어 <팔만대장경>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준비하는 등 불교예술의 대중화 현대화 세계화를 위한 시도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