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9일부터 3개월간 실시되는 동안거 결제를 맞아 조계종 종정 법전스님이 법어를 발표했다.
법전스님은 법어에서 “제방선원에 운집한 출격대장부인 결제대중들은 결단 있는 의지력과 비장한 용기를 가지고서 모든 방편들을 발로 차서 쳐부수어 버려야 할 것”이라며 “당장 그 자리에서 불조(佛祖)의 말씀을 바로 알아듣고서 밖으로는 일체경계가 있음을 보지 않고 안으로는 자기가 있음을 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임오년 동안거 결제 법어 전문이다.
부처를 뽑는 시험장에 들어 왔으니
시방동공취十方同共聚하여 개개학무위箇箇學無爲로다.
차시선불장此是選佛場이니 심공급제귀心空及第歸로다.
사방으로부터 함께 모여들어 모두 무위의 법을 배운다.
여기가 바로 부처를 뽑는 시험장이니 마음을 비워야 급제하여 고향에 돌아 가리라.
단하천연丹霞天然선사와 방龐거사가 출가 하기 전의 일입니다.
서울의 과거시험장으로 가는 도중 어느 객사에 머물고 있을 때 행각하던 납자를 만나 함께 차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 납자가 물었습니다.
“두분께서는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
“과거장으로 가는 길입니다.”
“공부가 아깝습니다. 어째서 부처를 뽑는집인 선불장選佛場에는 가지 않습니까?”
“부처를 어디서 뽑습니까?”
그러자 그 납자는 찻종지를 들어올리면서 말했습니다.
“알겠습니까?”
“높은 뜻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강서 땅의 마조선사께서 지금 설법하고 있는데 도를 깨친 이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그곳이 참으로 선불장입니다. 그리로 가십시오.”
이에 두 사람은 전생부터 선근이 있는지라 곧 길을 떠나 마조회상으로 가서 과거공부가 아니라 부처뽑는 공부를 결행하게 됩니다. 과거장으로 가던 길을 선불장 가는 길로 돌려버린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선불장에서 겨울 석달안거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방선원에 운집한 출격대장부인 결제대중들은 결단있는 의지력과 비장한 용기를 가지고서 모든 방편들을 발로 차서 쳐부수어 버려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는 당장 그 자리에서 불조佛祖의 말씀을 바로 알아듣고서 밖으로는 일체경계가 있음을 보지 않고 안으로는 자기가 있음을 보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위로는 모든 성인이 있음을 보지않고 아래로는 범부가 있음을 보지 않으며 맑고 맑아져서 한 생각도 일으키지 않는다면 어찌 이 마음이 공空한 것이 아니라고 하겠습니까? 이 경지에 이르면 방棒이나 할喝도 필요 없습니다. 나와 남이라는 시비도 없습니다. 당장에 이글거리는 화로위에 떨어진 한송이의 눈과 같을 것이니 이 어찌 선불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일이 아니라고 하겠습니까?
부처로 선발되려면 안목眼目을 갖추어야 합니다. 안목을 갖추지 못한다면 설령 천년을 선불장에서 지낸들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이미 옥당玉堂에 올라간 선비는 과거에 오를 필요가 없습니다. 아직도 급제명단에 이름이 오르지 못한 이는 반드시 과거시험을 보아야 할 것입니다. 대중들이 오늘 선불장에 모였으니 제각기 화두를 참구하여 부처뽑는 시험에 합격하려고 한다면 이 삼동 한 철동안 이륙시중二六時中 내내 선불장에서 간절한 의심으로 용맹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그 뒤로 두 사람은 마조馬祖스님과 석두石頭스님 회상을 번갈아 오가면서 열심히 정진하였습니다.
어느 날 방거사가 마조스님을 참방하고는 물었습니다.
“만법과 짝하지 않는 이가 누구입니까?”
“그대가 서강西江의 물을 한 입에 다 마셨을 때 그대에게 말해 주겠네.”
이에 크게 깨치고는 “사방으로부터 함께 모여들어 모두 무위의 법을 배운다. 여기가 바로 부처를 뽑는 시험장이니 마음을 비워야 급제하여 고향에 돌아 가리라.”는 오도송悟道頌을 남겼던 것입니다.
이 게송의 한 구절 한 구절에 대하여 고인은 이렇게 착어着語하였습니다.
“시방동공취十方同共聚하니. 사방으로부터 한 자리에 모여 들었으니.”
“이 말은 철벽은산鐵壁銀山이로구나. 은산과 철벽이로다.”
“개개학무위箇箇學無爲라. 제각기 무위의 법을 배운다”
“이 말은 일월조림日月照臨.이로다. 해와 달이 밝게 비치도다”
“차시선불장此是選佛場이라. 여기가 바로 선불장이라”
“이 말은 용사혼잡龍蛇混雜이로구나. 용과 뱀이 뒤섞였도다.”
“심공급제귀心空及第歸라. 마음을 비워야 급제하여 고향에 돌아 가리라.”
“이 말은 범성동거凡聖同居로구나. 범부와 성인이 함께 산다.”
(주장자를 번쩍 들어 옆으로 뉘어 쥐고는)
이에 산승이 여러분에게 묻겠습니다.
“방거사가 여기에 앉아있는데 그대들은 보았는가?”
억喝!
불기 二五四六년 十一월 十九일
大韓佛敎 曹溪宗 宗正 法 傳
한명우 기자
mwhan@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