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1일 치러진 조계종 제13대 중앙종회의원 선거는 전국 15개 본사에서 표 대결을 벌여, 10개 본사가 경합을 벌였던 98년 12대 선거 때와 비교해 한층 더 치열했다.
특히 이번 선거의 평균 투표율은 72.4%로, 12대 때의 평균 투표율 57%보다 15% 이상 높아짐으로써 스님들의 중앙종회의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율이 가장 높은 교구본사는 봉선사로, 90.5%를 기록했다.
초선의원들과 본사주지급 중진 스님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도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특징이다. 81명의 중앙종회의원 중 직선직 21명, 직능직 7명 등 모두 28명이 처음으로 중앙종회에 입성했으며, 보선ㆍ중원ㆍ법조 등 7명 가량의 중진 스님들도 13대 종회에 참여하게 됐다.
초선 및 다선의원 현황은 재선의원이 31명(38%)으로 가장 많고, 초선의원 28명(35%), 3선 15명(19%), 4선 3명(4%), 5선 2명(2%), 6선 1명(1%) 8선 1명(1%) 순이다.
연령별로는 40대가 40명(49.4%), 50대 30명(37%), 60대 9명(11.1%), 30대 2명(2.5%) 순으로 나타나, 30~40대가 55명이나 됐던 12대 종회와 비교해 연령층은 다소 높아졌다.
당선된 중앙종회의원 중 최고 득표율 당선자는 8교구 직지사 법등스님으로 49.3%의 지지율을 기록했으며, 24교구 선운사의 법경스님은 3위와 1표차로 당선되는 행운을 누렸다.
직능직 중앙종회의원으로 선출된 지하스님은 8대를 제외하고 5대부터 13대까지 8선을 기록함으로써 이번 종회의원 가운데 최다선의 영광을 안았다.
과거 어느 종회의원 선거보다 많은 숙제를 남겼다는 것도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특징으로 꼽힌다. 우선 출마자들이 막대한 규모의 돈을 쓰며 투표권자들의 표심을 잡으려 함으로써, 종회의원 선거가 ‘돈 잔치’로 전락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 것은, 선거가 승가의 본분을 크게 벗어났다는 점에서 우려할만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더불어 스님들의 선거가 갈수록 정치화되고 세속화되고 있다는 점도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직능직 중앙종회의원 선출 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직능직 선출위원인 백양사 지선스님은 직능직 종회의원 선출일인 10월2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일부 스님들에게 종권이 편중되는 현상을 부채질하고, 전문성을 고려한다는 본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오래 전부터 직능직 선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고, 12대 마지막 종회에서 중앙종회의원선거법개정안이 상정됐으나 부결됨으로써 이 문제는 현재 원점으로 돌아온 상태다.
그러나 이번 선거과정에서 나타났듯이 법 개정을 요구하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13대 종회의 의지 여부가 문제 해결의 열쇠로 남게 됐다.
한편 해인사 재적승인 여연, 선용 두 스님은 해인사 선거관리위원회가 입후보등록을 거부했다며, 10월29일 중앙선관위에 이의신청서를 접수함으로써 심의결과에 따라 재선거 여부가 판가름나게 됐다.
한명우 기자
mwhan@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