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3일 남양주 봉선사(주지 일면). 우란분절 법회에 동참하기 위해 신도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얼굴과 목덜미에 연신 땀을 흘리면서도 신도들은 불교의 ‘효’의 날인 우란분절 법회에 동참하기 위해 법당으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법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법당은 사람들로 빽빽히 들어찼다.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법당 주위에서 선 채로 합장해, 법당 경계의 의미가 무색해졌다.
이날 법회는 부처님의 위신력과 스님들의 수행력, 불자들의 발원 공덕이 합해진 생명 해방의 날, 고통 속에서 헤매는 모든 생명들을 해방시키는 날로 만들기 위한 ‘사은법회’였다. 기존의 천도재에만 머문 신행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신도들이 스님들의 가르침에 보답하는 의미가 더해져 승가와 재가의 화합과 신뢰, 존경의 한마당이었다.
봉선사 조실 월운 스님, 주지 일면 스님 등 1000여 사부대중이 모인 법회는 영가를 목욕시키는 ‘관욕’, 지장보살님을 청해 영가의 왕생극락을 빌고 살아있는 이들의 업장소멸을 발원하는 ‘상단불공축원’ 순으로 1부가 끝났다.
2부에서는 대중 스님들이 상단에 오르고 신도들에게 설법 대신 ‘우란분경’을 독경했다. 여기에 신도회 및 지역회 대표들은 합창단의 찬불가 ‘공양게’가 흐르고 있는 가운데, 무명을 밝혀준 스님들께 작은 정성이 담긴 ‘우란분공양’을 올렸다.
김 원광등 경기도 구리 지역장의 ‘사은사(謝恩辭)’가 끝나자 불자대중들은, 스님들의 가르침을 명심하고 더욱 열심히 정진하겠다는 의미에서 스님들께 삼배의 예를 올렸다. 여기에 스님들은 합장으로 답례를 표했다.
월운 스님은 법어를 통해 “우란분절은 효성이 지극한 목련존자가 악도에 떨어진 어머니를 부처님 가피력으로 구제하기 위해 음력 7월 보름에 맞춰 스님들께 공양을 올린 것에 유래한 것”이라 말하고 “효심 뿐 아니라 보은의 뜻이 담겨있는 사은법회가 각 사찰, 전 국가적으로 행해져 하나의 문화적 풍토 조성에 이바지 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행사는 영가가 극락왕생에 들도록 하기 위해 신도들과 스님들이 한마음으로 함께 독경하는 ‘영가시식’과, 위패를 모시고 탑돌이 후 소대에 나가 회향하는 ‘봉송소전’을 끝으로 회향을 했다.
행사를 준비한 김순경 봉선사 신도회장은 “3년 전 불교가 수승한 것은 알면서도 실천을 하지 않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법회를 계획했다”며 “삼보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실천하는 자세로 ‘사은법회’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오늘 공양을 받은 스님들은 더욱 열심히 정진해야겠다는 다짐으로 법회 시종일관 결기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남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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