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화선 수행법과 지도체계는 이대로 좋은가'
'금강경과 전등법어를 소의경전(개인이나 종파가 근본으로 삼는 경전)으로 한 교학체계는 문제가 없는가’
조계종이 이같은 물음에 대한 해답을 구하며 수행·교학체계 정립에 나섰다.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는 이를 위해 선원, 강원, 교구본사 등의 스님과 불교학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두 달여 전부터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는 사실상 조계종단의 수행·교학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인식을 전제로,‘어떤 수행법으로 어떻게 수행하고, 어떤 경전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단계별 시스템(체계) 구축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그동안 조계종의 유일한 수행법이자 최고의 수행법으로 간주돼 온 간화선 수행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소위 ‘제3수행법’으로 불리는 다른 수행법들에 대한 종단의 입장을 명확히 정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이같은 조계종의 계획은 승가와 재가를 막론하고 상당수의 간화선 수행자들이 불교적 세계관을 갖추지 않은 채 수행에 들어감으로써 신비주의에 빠지는 경향까지 발생하는 등 갖가지 부작용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물론 위빠사나나 아봐타 등 ‘제3수행법’이 과연 불교적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수행방편인지를 철저히 검증해,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현실인식도 반영하고 있다.
또한 법화·지장·염불 신앙 등 다양한 형태의 신앙이 혼재하고 있는 현실에서 소의경전인 금강경과 전등법어 외의 경전이나 논장, 선장 등에 대한 교학지침을 승?재가에게 제시해야 한다는 여론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계종은 이번 설문조사가 끝나는 10월경 ‘불교의 세계관과 수행론’, ‘간화선과 다른 수행법과의 관계’, ‘제3수행법을 어떻게 볼 것인가’ 등을 주제로‘조계종 수행체계 정립을 위한 학술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조계종은 학술대회 이후 세부 계획안을 마련해 본격적인 체계 정립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같은 조계종의 수행·교학체계 정립 방침에 대해 대부분의 스님과 불교학자들은 공감을 표하며 환영하고 있다.
14년간 영국, 인도 등 해외에서 불교학을 공부한 미산스님(백양사 운문선원)은 “먼저 간화선에 대해 충분한 연구와 검증이 이뤄진 뒤 다른 수행법에 대해서도 같은 방법으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며 “초기경전과 대승경전을 합한 교리체계를 구성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성철 교수(동국대 불교학)는 “간화선 수행 이전에 불교적 심성을 훈련시킬 수 있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처럼 승?재가가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공부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명우 기자
mwhan@buddha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