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각종이 그동안의 종단협의 일원으로 참여해오던 대북사업에 대해 독자노선을 걸을 수도 있다는 방침을 시사하고 나섰다.
실질적으로 종단협을 이끌고 있는 조계종의 독선에 ‘들러리’설 수는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다른 종단들도 진각종의 입장에 공감하고 있어, 향후 태도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각종의 이 같은 방침은 4월 9일 열린 2002년 월드컵 성공기원법회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진각종은 행사장 VIP석에 조계, 태고, 천태, 진각 4대 주요종단 중 진각종 통리원장의 자리가 배치돼 있지 않고, 축사자 명단에서도 진각종 통리원장만 빠진데 대해 이날 행사를 주관한 조계종에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실무를 맡았던 봉축위 박상희 간사는 “실무팀은 통리원장 자리를 VIP석에 배치했지만 문화부와 조정하는 과정에서 빠지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선불교도연맹 초청으로 4월 27일부터 5월4일까지 평양을 방문하는 종단협 대표단에도 진각종은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대북창구를 종단협으로 일원화한다는 약속과는 달리 조계종이 단독으로 북한에 악기를 지원하려고 한데다, 지난해 단 한 번도 대북지원에 참여하지 않는 등 편의에 따라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진각종 문사부장 무외정사는 “우리는 독자적 창구와 능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종단협에 최대한 협조해왔다. 그러나 조계종이 종단협의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 행동을 계속할 경우 대북창구 일원화를 재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종단들은 물론 조계종 내부에서 조차 이번 사안에 대해 조계종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태고종의 한 스님은 “진각종이 불만을 가질 만 하다. 조계종이 운영의 묘를 못 살리는 것 같다”고 말했고, 총지종의 한 관계자는 “조계종이 계속해 악수를 두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종단협이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명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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