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임오년(壬午年), 말의 해다. ‘말’하면 박력과 생동감이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신라 고분 벽화에 등장하는 천마와 박혁거세 탄생 신화, 고구려 시조 주몽 신화에서 보듯 우리 민족에게 말은 제왕의 출현을 미리 알려주는 상서로운 동물, 초자연적인 세계와 교통하는 신성한 동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말은 불교에서 관세음보살이 현신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관세음보살이 육도(六道)를 순회하며 중생을 교화할 때는 성(聖)·천수(千手)·마두(馬頭)·십일면(十一面)·준제(準提)·여의륜(如意輪) 관음 등 육관음으로 현신하는 것이 보통인데, 축생을 교화할 때의 현신 모습이 바로 마두관음보살이다.
유일하게 분노한 모습을 한 관음상으로, 머리에 말의 머리를 이고 있어 마두대사(馬頭大士) 혹은 마두명왕(馬頭明王)이라고도 부른다.
말의 머리를 이고 있는 것은 전륜왕의 보마가 사방을 달리면서 마귀를 굴복시키는 것처럼 생사의 바다를 누비면서 천마(千魔)를 항복시키는 큰 위신력과 정진력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무명의 무거운 업장을 막는다는 뜻도 있다.
약사여래의 12대원을 수호하고 실현하는 12신장 중의 하나가 말이기도 하다. <약사유리광왕7불본원공덕경염송의궤>를 보면, 약사여래의 각 서원에 응하여 이를 성취하고 중생을 교화하는 역할을 맡은 12신장은 12간지에 각각 대응되는데, 이 중 오신(午神) 즉 말에 해당하는 신장이 마지라(摩尼羅, Majira)이다.
말띠 해에 태어난 불교계 인물로는, 신라 말 고승으로 선문구산(禪門九山) 중 사자산파(師子山派)의 제2조인 징효절중(826~900), 고려 숙종의 넷째 아들로 대각국사 의천의 제자였던 원명국사 징엄(1090~1141), 일제 강점기때 한국 불교의 일본 조동종 편입에 맞서 임제종을 세웠던 박한영(1870~1948) 스님 등이 대표적이다.
말(馬)의 해에 관한 말(言)
말은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 중 하나다. 그래서 말과 관련된 속담은 우리네 삶과 밀착된 것들이 많다.
사람의 욕심이 끝없는 것을 비유해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고 했고, 고생스러워도 살아 있다는 것이 좋다는 뜻에서 “말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했다. “말을 기르는 사람은 닭·돼지를 돌보지 않는다”는 큰 일을 하는 사람은 작은 일을 돌보지 않음을 비유한 말이고,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본성대로 하고 싶어하는 것을 일러 “말은 노상 뛸 생각만 한다”고 한다. “말 꼬리에 쉬파리 따라간다”는 남의 세력에 의지하여 기를 펴고 사는 것을, “말도 부끄러우면 땀을 흘린다”는 사람은 자기 잘못에 대해 부끄러운 줄 알고 자기를 반성해야 함을 견책할 때 쓰는 말이다.
壬午年 불교小史
▲622년(신라 진평왕 44)
·7월, 신라 사신들이 일본에 건너가 불상 1구와 사리, 금탑 등을 전해 줌.
·고구려 영류왕 5년 2월, 일본 쇼토쿠 태자의 스승이었던 혜가(惠慈) 입적.
▲682년(신라 신문왕 2)
·문무왕이 왜적을 막기 위해 동해 가에 짓기 시작한 감은사가 완공됨.
·5월, 왕이 감은사에 거동하여 동해 가운데 떠 있는 산 위에서 대나무 하나를 베어다 피리를 만들어 만파식적이라 함.
▲742년(신라 경덕왕 1)
·신라 심상(審祥), 일본 대안사에서 입적.
▲802년(신라 애장왕 3)
·8월, 이정(理貞)·순응(順應)이 왕의 도움을 받아 가야산 해인사가 창건됨.
▲922년(고려 태조 5)
·태조가 옛날 살던 집을 내놓아 광명사를 세우고, 유가의 법사 담제(曇諦)를 주지로 삼음.
·후백제 견훤, 익산 미륵사탑을 복구함.
▲982년(고려 성종 1)
·최승로, 시무책 20조를 건의하면서 부패 불교 비판.
·중국 천태종 제16세 조사인 의통(義通), 중국 왕으로부터 전교원(傳敎院)에 보운선원(寶雲禪院)이라는 사액을 받음.
▲1102년(고려 숙종 7)
·5월 12일, 왕이 현화사에 거동하여 은으로 쓴 <유가현양론>이 완성된 것을 경축함.
·9월, 왕이 신호사에 행차하여 대장회(大藏會)를 베풀어 낙성함. 대궐에서 절까지 길을 끼고 수만 개의 등을 켬.
▲1282년(고려 충렬왕 8)
·7월 4일, 공주가 병이 들어 법화도량을 베품.
·10월 16일, 왕이 견명(일연 선사)을 내전으로 맞아들여 숭경당에서 인왕도량을 베풀고, 개경 광명사에 머무르게 함.
·12월, 인기(印寄)가 정황궁주(貞和宮主)의 청으로 송 나라에 가서 대장경을 찍어 와 강화 전등사에 봉안함.
▲1342년(고려 충혜왕 3)
·속리산 법주사에 자정국존(慈淨國尊) 보명탑비(普明塔碑)가 건립됨.
▲1402년(조선 태종 2)
·4월, 서운관의 건의로 전국 70개 사찰을 제외한 나머지 사찰의 땅의 조세를 영원히 군자감(軍資監)에 귀속시킴.
·무학자초(無學自超)가 회암사의 감주(監主)가 됨.
▲1462년(조선 세조 8)
·8월 21일, 간경도감 <능엄경언해> 10권 조판 간행.
·10월, 새로 만든 흥천사의 종이 완성됨.
▲1642년(조선 인조 20)
·허응보우(虛應普雨)의 ‘수월도량 공화불사 여환빈주 몽중문답’이 지선(智禪) 등에 의해 중간됨.
▲1762년(조선 영조 38)
·6월 27일, 용담조관(龍潭 冠) 실상사에서 입적.
·송암의천(松巖義泉) 입적.
▲1882년(조선 고종 19)
·6월, 훈국군이 경외(京外) 각사(各寺)를 불태움.
·9월 9일, 김탄월 출생.
·9월 10일, 고성 유점사 증수를 위해 공명첩 500장을 발급.
·일본 일련종 욱일 묘, 원산에 정묘사 창건.
·우은달선(愚隱達善)이 불에 탄 금강산 유점사를 3년 동안 복구함.
▲1942년
·조계종법 발포.
·김법린이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함흥에서 옥고를 치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