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30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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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 큰 빛으로 다시 오소서
조계종 종정 혜암(慧菴)스님이 2001년의 마지막날인 12월 31일 오전 10시 23분 해인사 원당암 미소굴에서 입적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교계는 우울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1999년 4월 2일 조계종 제10대 종정에 취임, 종도들의 사표가 되어 왔던 혜암스님은 불굴의 수행의지와 이사를 분명히 하는 풍모로 불자들은 물론 국민적 존경을 받아 왔다.

종단이 어려움에 빠질 때마다 작은 체구와는 달리 산천이 울리는 사자후로 정법의 기치를 들어 보였던 혜암 스님은 특히 지난 1994년 종단 개혁에서 애종심의 사표가 되었으며 1998년 종단 사태와 관련 조계사 앞 우정국로에서 열렸던 전국승려대회에 노구를 이끌고 참석해 파사현정의 기개를 드높혀 종도들의 갈 길을 바르게 제시한 바 있다.

혜암 스님의 일일일식과 장좌불와의 수행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원당암에 재가불자들을 위한 참선프로그램을 설치해 철마다 재가자들의 참선을 지도하는 자상함을 보인 것도 혜암스님의 독특한 인품이 빚어낸 일면.

1920년 전남 장성에서 출생한 혜암 스님은 일본 유학시절 조사들의 어록을 읽다가 발심하여 귀국 직후 1946년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출가 했다. 은사는 인곡스님이었는데 출가할 때 인곡스님이 "어디서 왔느냐?"고 묻자 "아-악"하며 일갈로 답했다고 전한다.

또 인곡 스님이 "고향이 어디냐"고 묻자 손가락으로 허공에 원을 그려 보였다고 한다.

출가 이듬해인 1947년에는 문경 봉암사에서 성철, 청담, 향곡, 스님 등과 결사에 들기도 했다. 이후 스님은 해인사, 송광사, 범어사, 통도사 등 총림의 선원은 물론 제방의 선방에서 수행에 매진 했다. 강원도 오대산의 한 버려진 암자에서는 제자와 단둘이 밥도 지어 먹지 않고 오직 물과 짓나무 잎가루만을 먹으며 용맹정진을 하기도 했다.

혜암 스님의 수행일화는 어느 선사들 이상으로 다양하다. 산 속에서 정진하다가 호랑이를 만나 눈 싸움을 벌여 호랑이를 물리친 일화도 남기고 있다.

수행과 종단 일, 즉 이판과 사판에 걸림이 없이 자재로왔기에 종지가 기울때마다 벽력같은 일갈로 수행가풍을 일으키고 종단이 미궁으로 빠지려 할 때마다 몸을 아끼지 않고 산을 내려와 부종수교의 모범을 보였던 혜암스님은 이제 한해를 마감하는 날 입적을 시현하여 생사에 걸림이 없는 최상인격의 한 전형을 보이시고 있다.

다음은 혜암 스님의 임종게.

나의 몸은 본래 없는 것이요(我身本非有)
마음또한 머물바 없도다(心亦無所住)
무쇠소는 달을 물고 달아나고(鐵牛含月走)
돌사자는 소리높여 부르짖도다(石獅大哮吼)

불자들이 종정 혜암 스님의 입적 소식을 접하고 우울한 마음으로 신년을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조계사에 마련된 종정 혜암스님의 분향소에는 불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임연태 뉴미디어부장
ytlim@buddhapia.com
200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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