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진각종 제9대 총인(總印)에 혜일(慧一, 67)종사가 추대됐다. 지난 10월 19일 열린 종의회와 인의회(원로들의 모임)에서 만장일치 총인으로 추대된 혜일 종사는 지난 59년 진각종에 입문한 이후 투철한 교화정신과 하루 8시간 이상 정진을 수십년동안 계속해 오는 등 종조 회당대종사의 법통과 수행가풍을 그대로 지닌 원로로 종단내외에서 폭넓게 존경을 받아왔다.
혜일 총인은 10월 23일 오후 주석하고 있는 강남 행원심인당에서 불교계 기자들과 만났다. 다음은 혜일 총인과 가진 일문일답 내용.
▲먼저 제9대 총인으로 추대되신 것을 경하드립니다. 소감부터 말씀해 주신다면
-덕망높은 분들이 많이 계셔서 생각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중책을 맡게 됐습니다. ‘총인’이라는 막중한 자리에 걸맞는 소임을 다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섭니다.
▲종사께서는 종조 회당대종사를 가장 가깝게 모셨던 분 중 한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내년이 회당대종사의 탄생 1백주년으로 진각종에서는 많은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회당대종사의 창교정신은 무엇이고 어떠한 방향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종조의 창교 이념을 구심점 삼아 열심히 수행해 나가야지요. 종조께서는 국민들이 자주정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관찰하셨고 절실히 느껴 항상 ‘현세정화 광제중생’을 역설하셨지요. 잘못된 것은 참회하고, 부처님가르침을 바르게 실천하자는 것이지요. 절대절명의 마음으로 참회하고 발심해 진리를 실천해 나가는 것이 종조께서 강조했던 가르침이고 진각종이 나아갈 바라고 하겠습니다.
처음 진각종에 입문한 것이 17세입니다. 한창 배움에 정열을 갖고 있을 때라 그런지 종조님의 가르침이 절실하게 와 닿았습니다. 55-56년 당시는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매우 피폐되어 있었고 전체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지요. 일제 36년만에 해방되었지만 경제적이나 사회적으로 수탈이 심한 결과 자주성이 결여 되어 있었고 혼란스러웠습니다.
종조께서는 이 시대 이 나라를 재건하고 중생제도하는 길은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샘각하셨습니다. 또 대자유를 찾고 깨달음을 실천하는 자주정신으로 국민들을 계도하자고 하셨지요. 당시 불교로 봐서도 시대를 감싸안을 여건이 전혀 안되었어요. 시대에 맞는 발심과 수행, 득도가 필요했던 것이고 그러한 차원에서 생활불교를 주창하는 진각종의 창종이 호응을 얻었습니다. 당시 진각종세는 욱일승천할 정도로 온 지역이 떠들썩 했지요. 당시는 회당종조의 가르침이 그대로 받아들여졌고 또 실천이 되었으며 확산되었고 이러한 기운이 정치와 사회에도 작용했다고 봅니다.
당시는 불교계에 정기법회라는 것이 거의 없었는데 진각종이 자성일마다 정기적으로 법회를 열고 불교 가르침을 전파하여 다른 종단에서도 그러한 방법과 원력을 배워갔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불교의 약진을 가져왔다고 봅니다.
그러나 요즘은 진각종 창종정신이 많이 희석되어 있지않나 여겨집니다. 자성이 필요하고 그때의 초발심으로 돌아가 한국불교에 다시 새 바람을 일으켜야 합니다.
종조 탄생100주년을 맞아 벌이는 각종 기념행사는 모두 부처님의 교법을 우리 사회에 확산하자는 의미에서 현재의 모든 것을 재조명, 재점검하여 힘찬 도약을 재다짐하자는 불사입니다. 진각종 뿐 아니라 전 불자들이 동참하는 의미깊은 행사로 그 뜻을 기려야 하겠습니다.
▲진각종 현안가운데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요?
-종조의 창종정신을 구현하려 노력해 왔지만 완벽하게 정립을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교육원을 중심으로 교법의 구체적이고도 확고한 체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밀교수행의 명확하고도 확실한 체계를 세워 놓으면 일반인들이 쉽게 받아들여 수행을 할 수 있습니다. 수행체계를 바르게 세우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것을 완성시켰을 때 포교가 되고 교세가 크게 도약될 것입니다. 진각종의 발전이 불교의 발전이고 불교의 발전이 나라의 발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창종 55년을 맞아 제2 도약을 이루기 위한 진각종의 사명과 노력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진각종이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불교 4대 종단중 하나로 한국불교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역할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봅니다. 진각종이 사회적으로 해야 할 역할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무엇입니까?
-종단에 내부적으로 축적된 힘이 바깔으로 확산돼 정치 경제 사회 뿐 아니라 국민들의 삶의 질까지 향상시키는 요익중생하는 길을 찾아야 하는 일은 종교본연의 임무일 것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생활불교 실천불교를 표방하고 있는 진각종의 교리가 수행이고 수행이 실천입니다. 요즘 진각종이 종점을 두고 있는 교육 복지 사업이 그러한 실천의 한 부분이 될 것입니다.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포교의 일환으로 우선 포교의 중심에 서 있는 교직자들이 우수해야 합니다. 그래셔 교직자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는 것이 교육이고 그 교직자들이 갖고 있는 것을 온 중생에게 회향하는 것이 복지입니다. 또 종조 정신의 구체적인 실천이 포교이며 복지며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종도들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어느 조직이든 시간이 흐르고 방대해지다 보면 타성에 젖게 마련입니다. 부처님을 믿고 진리를 추구하는 종단도 잠깐 멈췄을 때 그러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혁이 필요하고 정신개조가 필요한 것이지요. 해탈을 추구하는 마음도 잠시 방리해 질 수 있고 타성에 젖을 수 있습니다. 종조께서는 망어를 경계하셨고 행동의 진실과 마음의 진실을 강조햐셨지요. 진각종에서는 이를 삼밀수행이라고 하는데 불자라면 이 세가지를 늘 경계하며 거짓이 없도록 살아야 합니다.
▲최근 우리 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울 겪고 있고 정치권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국가적으로나 대사회적인 통합을 위해서 불자들과 국민들에게 격려 부탁드립니다.
-요새의 어려움은 자업자득이라고 할 것입니다. 물질은 함부로 아무렇게나 낭비해서는 안됩니다. 옳게 써야 요래 가고 유익합니다. 잘못 쓰면 화근이 되지요. 요새 우리 나라 국민들이 겪는 고통은 분수에 넘치게 낭비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입니다. 남탓이나 환경 탓을 할 게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정치권을 위시해 불협화음이 많은 것도 자업자득입니다.우리 국민 전체가 자신은 느끼지 못하지만 아상에 가득차 있어요. ‘나는 모두 옳고 잘났다’는 아상이 가득한데 어떻게 싸우지 않을 수 있겠어요.
내가 잘못했다. 내 탓이다 하는 서로가 경책하는 분위기면 화합이 잘 되지만 서로 욕심부리고 사리사욕만 주장하게 되면 ‘니전투구’현상이 벌어져 지탄을 받는 섭니다. 원인은 욕심에 있어요.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면 다 풀립니다. 화합하기 위해서는 아상을 버려야 돼요.
▲총인님은 요즘 일과를 어떻게 보내시는지요?
-'처처불공 시시불공(處處佛供 時時佛供)'이라 했어요. 우리 스승들은 늘 불공드리는 마음으로 살고 있고 불공으로 하루를 시작해 자성으로 하루를 마감하지요. 보통 새벽 3시 30분이면 일어나 2-3시간동안 계명신공을 드리고 낮과 저녁에도 정진을 합니다. 보통 7-8시간 정진을 하는데 나뿐 아니라 우리 진각종의 스승들은 다 그렇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경숙 기자
gslee@buddhapia.com
◎ 약력
혜일 총인은 1934년 2월 경주 生으로 지난 59년 진가종에 입문, 65년 학교법인 위덕학사(회당학원 전신) 감사를 지냈고 68년 제3대 종의회 사무처장, 76년 종의회 의원을 지냈다. 밀각심인당, 탑주심인당 주교를 지냈고 행원심인당 주교 통리원 기획부장, 총무부장과 제15, 18, 19, 22대 통리원장을 역임했다. 87년에는 4성지건립추진위원을 지냈고 94년 종사에 품수됐으며 지난 95년에 9대 종의회 의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