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은 5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불교문화재 보존 및 도난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총무원 부·실장들이 배석한 가운데 열린 기자회견에서 총무원장 정대스님은 회견문을 통해 "최근 들어 불교문화재의 절도와 훼손, 해외 유출과 밀매가 급증하고 있으며, 수법 또한 갈수록 조직화 지능화 전문화되었다"고 지적하고 6가지 대책을 발표하고 정부 당국의 협조와 지원 대책의 수립을 촉구했다.
6가지 대책은 △종단 내 문화재 관련 교육 강화와 예산 우선 배정 △종단과 정부당국이 사찰 소장 문화재 실태 공동 조사 △문화재보호법 등 관련 국가법령의 개정 △사찰 박물관의 활성화 △도난 방지 시설 설치 △문화재청 단속반의 강화와 검·경의 문화재전담반 설치 등이다.
정대스님은 특히 "종단 내 각종 교육과정에 반드시 문화재 관련 과목을 설치하여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예산 지침과 승인 과정에서 성보문화재 보존관리 예산을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증액하여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대스님은 또 "성보를 잃어버린 사찰의 주지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징계에 회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총무원은 14일 '방범·방화업무 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6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방범·방화규정안에 따르면 모든 사찰은 자동경보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지정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은 방범 및 화상감시 시설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 규정과 설계지침에 의한 방화·방범 조치를 게을리 하여 성보 도난 및 화재사고가 발생시 책임자는 중과실 또는 고의로 징계에 회부한다고 되어 있다.
정성운 기자
다음은 회견문 전문
이 땅에 태어나고 살아온 그 누구도 역사와 문화 전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그 문화와 전통을 잘 보존하고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일은 인간의 보편적 행동이며 역사적, 국민적 책무입니다.
특히 불교와 불교문화재는 우리 민족의 정신과 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이는 이땅에 존재하는 지정 문화재의 55%가 불교문화재인 것을 볼 때 더욱 극명해 집니다. 따라서 민족문화 유산 보존의 성공여부는 불교문화재의 보존 노력과 그 결과에 따라 판명된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한 불교문화재는 박물관 안의 전시물을 넘어 성보물로서 살아있는 신앙과 예경의 대상이며 종교적 신념의 표상이자 행위의 결과물입니다.
이런 불교 문화재가 최근 들어 절도와 훼손, 그리고 해외유출과 밀매가 급증하고 있으며 수법 또한 갈수록 조직화, 지능화, 전문화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에 따르지 못한 자구 노력과 미치지 못한 공권력과 법망 미비는 도난 문화재 회수율 5% 미만이라는 완전범죄에 가까운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불교의 정통성과 역사를 대표하고 사찰 문화재의 94%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불교조계종은 지금까지의 민족문화 유산으로써의 불교문화재와 성보물을 지키고 계승하는 역사적, 종교적 사명을 다해 왔는가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먼저 종단이 자구 계획을 수립하고, 정부당국의 적극적 협조와 지원 대책을 촉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종단이 마련한 불교 문화재의 보존과 도난 예방을 위한 종단의 계획과 방안을 요약하여 제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종단 내 교육 강화와 예산조정입니다. 사찰 예산의 최우선 순위를 성보문화재 보존과 관리에 두도록 하고 성보물의 문화재적 가치와 관리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입니다. 종단내 각종 교육과정에 반드시 문화재 관련 과목을 설치하여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예산 지침과 승인 과정에서 성보문화재 보존관리 예산을 우선 배정하고 증액하여 시행할 것입니다.
둘째, 사찰 소장 불교문화재 일제 조사를 종단과 정부당국이 공동 실시할 것을 제안합니다. 모든 정책의 기초는 실태 조사에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우리 종단이 자체 조사한 결과 8만여건의 성보물과 3만5천여건의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성보물이 존재하는 것이 파악되지만 확인이 어렵거나 미확인된 성보물이 아직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일제시대인 1930년대 이후 단 한번도 국가와 전문가에 의한 일제 조사가 실시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파악되지 않은 문화재는 가장 좋은 문화재범죄의 대상입니다. 이런 사항을 오래 전부터 인식하고 우리 종단은 사찰 문화재 조사활동을 추진하여 왔습니다만, 인력과 예산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에 종단은 정부당국에 공동으로 사찰 문화재 일제 조사 6개년 계획을 시행할 것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셋째, 문화재보호법 등 관련 국가 법령 개정입니다. 최근 비지정문화재 보호 범위 확대와 문화재사범 처벌 강화를 주 내용으로하는 문화재보호법 개정이 있었으나 추가 개정이 요구되는 부분이 많고 특히 훔친 후 몇 년이 지나면 내다 파는 것이 가능한 "공소시효" 관련 조항의 개정을 통해 훔친 문화재의 유통을 법제도로 차단해야 합니다.
넷째, 사찰 박물관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최근 정부의 적극적 지원과 종단의 노력으로 22개 박물관이 건립되었거나 추진 중에 있습니다. 박물관은 우리 문화를 보존하고 전승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곳으로, 건립·운영상 고도의 전문성과 재정 뒷받침이 필요하나 사찰 박물관은 만족할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 종단과 정부가 공동으로 사찰 박물관에 대한 정기 점검과 활성화 대책 마련을 요청하고자 합니다.
다섯째, 도난 방지를 위한 제도개선과 시설 설치를 추진하겠습니다. 현재 종단에서는 '사찰 도난 방지 시설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내부 규정을 마련 6월중 시행할 예정이며, 2001년 하반기부터 종단 2,000여 사찰에 대하여 3개년 계획으로 방범시설 설치를 추진하겠습니다. 그뿐아니라 지역 주민과 경찰 등이 상호 연계하여 도난의 예방과 방범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요구합니다.
여섯째, 문화재전담반을 설치하여 문화재사범 검거를 강화해야 합니다. 문화재 사범은 민족혼의 골수를 훔치거나 훼손하는 민족 반역의 범죄이며, 마약조직보다 더한 방대하고 은밀한 조직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범행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담 수사기구가 없고 전문요원 2명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종단은 정부에 하루 속히 문화재청 사범단속반의 강화와 검찰과 경찰의 문화재전담반 설치를 요청합니다.
세계화, 정보화 사회에 직면하여 민족 정체성의 해체의 위기에 직면할지도 모르는 우리 민족과 국가의 장래를 염려하는 마음에서 우리 교단의 힘이 미치는 불교 문화재부터 보존과 창조적 계승을 다하고자 하는 충정을 이해하시어 적극적 홍보와 협조가 있으시기 바랍니다.
참석하여 주신 기자 여러분께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불기 2545(2001)년 5월 16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정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