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 조계종 종립학교관리위원회(위원장 학담스님)는 3월 20일 서울 견지동 조계종 총무원 회의실에서 「한국불교 발전과 동국대 불교학 연구의 현주소」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세미나는 조계종이 종립학교로서 불교학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동국대 불교대학의 연구풍토에 처음으로 '해부의 칼'을 들이댔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학담스님은 「한국 불교학의 진흥과 불교의 역사회향」이란 기조발제를 통해 ' 기독교는 한신대를 중심으로 한 진보적 신학연구 성과가 기성 보수교단을 비판하면서 한국사회의 진보적 개혁과 변화에 이념의 한 토대를 제공해 온 데 비해 불교학계는 많은 이들이 일본류의 판본 중심, 자료찾기 중심의 진부한 학풍에 머물며 권위주의 시대 불교이론을 체제유지와 기득권 옹호에 적합하도록 해석해 왔다'며 포문을 열었다.
김종명 동국대 대우교수는「한국 불교학계의 연구활동」을 통해 '동국대 불교대학 24명의 교수가 지난 10년간 출판한 저서는 87권으로 이는 한국 교수 평균 출판율 1.6권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전문 학술서적은 96년 이후 단 한 권도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은「사회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불교학 연구의 새로운 방향」이란 발표에서 '한국 불교학은 일본 연구에 의존해 2, 3차 자료를 주로 이용한 뿌리없는 나무로 이는 불교의 원전인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티베트어 등 언어적 기반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세미나는 동국대 불교대학, 나아가 한국 불교학계가 불교연구의 본산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점검하고 더욱 분발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는 게 학담스님의 설명.
그러나 그 이면에는 조계종이 98-99년 종단분규 이후 안정을 찾아가면서 그동안 종단이 미처 관심을 보이지 못했던 동국대 등 종립학교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종단내 여론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게 중론이다.
조계종 종립학교인 학교법인 동국학원의 경우 오녹원 스님이 지난 90년 2월 이사장에 취임한 후 11년째 재임중이고, 중앙승가대는 김포학사의 부실공사 문제가 최근에야 매듭지어져 이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동국학원 이사장직은 총무원장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종단내 요직으로 꼽히지만 그동안 종단의 영향력이 제대로 행사되지 않고 있는 만큼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비판론이 종단 내부에서 제기됐던 게 저간의 사정이다.
이에 따라 조계종은 지난해부터 중앙종회의 동국학원 조사특별위원회와 종립학교관리위원회라는 양 날개를 동원해 대학운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한편 불교학 연구의 본산으로서의 위상제고 등 학풍정립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동국대측은 현 이사진이 나름대로 학교발전에 기여해 왔고, 종단이 직접적으로 대학운영에 관여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론을 펴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날 세미나는 조계종과 동국학원간의 이러한 신경전 와중에서 개최됐고 신경전은 갈수록 가열될 것으로 보여 향후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2001.3.20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