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영산(靈山) 금강산에서 종교간 화합을 다짐하고 민족의 통일을 기원하는 합창이 메아리쳤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ㆍ회장 최창규)가 온겨레손잡기운동본부의 협찬과 문화관광부의 후원을 얻어 5월 1∼4일 실시한 "종교 지도자 금강산 순례"는 불교ㆍ개신교ㆍ천주교ㆍ원불교ㆍ천도교ㆍ유교ㆍ민족종교 등 7대 종교 지도자와 관계인사 등 163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1일 오후 동해항에서 금강산행 봉래호에 승선한 종교 지도자들은 지난 3월 1일 전국에서 실시한 온겨레손잡기운동의 평가모임과 김용재 통일교육원 교수의 초청강연회를 개최한 뒤 이튿날부터 조별로 만물상 코스, 구룡폭포 코스, 해금강 코스 등을 따라 순례에 나섰다.
종교 지도자들은 지난 3월 1일 온겨레손잡기운동이 국토의 반쪽에서만 진행된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해금강과 구룡폭포 앞에서 손에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을 합창하는가 하면 두 손을 모은 채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간절히 기원했다.
이번 금강산 순례에는 순례단장 최창규 성균관장, 협력단장 김동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 지원단장 김순길 문화관광부 종무실장을 비롯해 이성덕 KNCC 회장(구세군 대한본영 사령관), 이규호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장, 박영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총무, 원택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부장, 남정 총화종 총무원장, 법현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사무국장, 최기산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위원장(인천부교구장), 신순근 꽃동네 회장, 조정근 원불교 교정원장, 김광욱 천도교 교령,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 김성곤 국회의원 등이 참여했다.
1일 오전 처음 버스에 탑승했을 때는 서로 교리가 다른데다가 모르는 얼굴들이 많아 서먹서먹한 표정이었으나 배에 오르자마자 누가 먼저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모두 신앙의 벽을 허물고 한마음이 됐다.
최창규 순례단장은 "81년 전 3월 1일 우리의 선조들이 종교와 계층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함께 손을 잡고 만세를 부름으로써 한민족의 긍지를 드높이고 대한민국 건국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강조한 뒤 "이제 우리도 맞잡은 손을 놓지 말고 한반도의 동서와 남북이 하나될 때까지 힘껏 행진하자"고 당부했다.
98년 11월 금강산행 뱃길이 열린 이래 종교별로 금강산 단체순례에 나선 적은 여러 차례 있었으나 7대 종교가 함께 순례길에 올라 통일기원 모임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 5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