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9. 7.30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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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대불 건립싸고 불교계 논란 불붙어
◆사진설명 : 지난 6월 4일 해인초등학교 자리에서 열린 세계 최대 청동대불 기공식 모습.

초대형 불상을 세우는 일은 과연 부처님의 가르침에 맞는 일인가. 해인사가 추진 중인 세계 최대의 청동대불 건립을 둘러싼 불교계의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환경운동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수경스님(지리산살리기국민운동 상임대표)은 지난주 말 해인사의 청동대불 건립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글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해인사의 선승들이 반발, 집단적으로 안거 중인선방을 벗어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해인사는 지난 6월 4일 옛 해인초등학교 자리에서 청동대불 기공식을 가졌다. 한 불교 신자의 시주금 70억 원으로 세워지는 이 대불은 높이가 43m나 되며 2003년 봄 완공 예정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불교계에서는 나라가 어려운 상황에서 초대형 불사를 추진하는데 대한 비판이 잇달아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수경스님은 6월 20일자 현대불교신문에 실린 ‘자운·성철의 죽음을 곡한다’라는 기고문에서 “한국 불교의 보루요, 희망인 해인사가 ‘최고’ ‘최대’를 좇는 속스러운 도량으로 변질되어가는 것을 좌시한다면 이미 불교인이 아니며, 대중의 불신과 원망을 일으키는 불사는 불사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해인사가 대불 건립이 자운·성철스님의 뜻이었다고 내세우는 데 대해 “우리는 자운·성철스님으로부터 철저한 계율과 살불살조의 정신을 배웠다”며 “해인사 대중과 선방 수좌들이 무책임과 침묵으로 무사안일하게 대응한다면 종도와 국민들이 나서서 강력하게 대응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계에서 상당한 신망을 얻고 있는 수경스님의 이같은 직설적인 비판은 커다란 파문을 불러왔다. 해인사 선원에서 하안거 중이던 선승 30여 명은 6월 17일 내부 모임을 갖고 수경스님의 글이 해인사와 선승들을 모욕했다며 항의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이들은 수경스님이 지방에 가 있는 바람에 만나지 못하자 그의 거처가 있는 남원 실상사로 가서 방을 부쉈다. 한편 해인사 주지 세민스님은 “시주자의 뜻이 분명한 만큼 예정대로 불사를 진행하겠다”고 강행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불교계에는 해인사 대불을 둘러싼 논의가 좀 더 차분하게 진행되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한 중견 스님은 “이번 일은 그동안 외형과 물량 위주로, 또 시주자의 의사를 좇아 진행되어 온 대형 불사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며 “청동대불의 크기를 줄이고 남는 돈을 더 필요한 곳에 사용하는 등 보다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1. 6. 20 조선일보
2001-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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