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중생 신효순 양과 심미선 양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온 나라가 슬퍼하고 있다. 지난 6월 경기도 양주군 광적면에서 친구의 생일 파티에 가던 두 여중생이 무게가 50톤이 넘는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 모두에게 공포와 충격을 주었다. 더욱이 우리를 분노하게 한 것은 이 장갑차를 몰고 가던 두 미군병사에게 주한 미군의 법정은 무죄 평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눈에는 한국의 재판 관할권을 배제시키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과 같은 불만스런 정책을 강요하는 미국 그리고 미국과의 협상에서 허약하고 굴종적인 태도를 보이는 듯한 한국 정부가 모두 마땅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주에는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10만이 넘는 인파가 모여 촛불시위를 벌이면서 두 여중생의 비극적인 죽음을 애도하고 또 SOFA의 개정을 요구하였다고 한다. 이 촛불시위를 주도하는 이들이 죽은 여학생 또래의 청소년들로 인터넷을 통해 활동하였다고 한다.
법률적으로는 일사부재리원칙에 따라 두 미군병사가 같은 혐의로 다시 재판을 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전문가의 의견에 따르면 다른 혐의로 다시 재판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전남 여천 영취산 흥국사에는 무사전(無私殿)이라는 편액(扁額)이 걸린 전각이 있다. 다른 절에서는 흔히 명부전에 해당하는 전각이나 그 이름이 특이하다. 아마 공평무사(公平無私)란 뜻에서 유래한 이름인 듯 싶다. 불가(佛家)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염라대왕을 비롯한 시왕(十王) 앞에서 차례로 10에 걸친 심판을 받는데 자기가 생전에 지은 행위의 결과에 따라 그에 해당하는 대가를 받는다고 한다. 이때 시왕이 재판을 하는 곳에는 죽은 사람이 생전에 지은 행위가 숨김없이 낱낱이 비취는 거울 곧 업경대(業鏡臺)가 있고 또 선악의 행위를 터럭만큼의 오차나 사정(私情)을 두지 않고 무게를 다는 저울 곧 업저울(業秤)이 마련되어 있다.
누구도 인과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느 날인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두 여중생도 그리고 세간 법정에서는 무죄로 평결난 두 미군 병사도 이 업거울과 업저울 앞에서는 명명백백하게 그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이기선(본지논설위원, 조계종성보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