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 해 동안 불교계는 수행환경지키기에 유례없이 많은 힘을 쏟았다. 서울외곽 순환고속도로의 북한산 관통 노선을 변경하기 위한 불교계의 외침은 절규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렇다 할 결말이 나지 않았다.
해가 넘어 가는 이 시점에 이르러서는 대통령후보들이 북한산과 천성산 관련 도로와 고속철 공사의 ‘백지화’ 혹은 그에 준하는 비중으로 내놓는 공약에 기대려는 듯한 느낌마저 주고 있다.
시공사는 ‘연말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정부 방침에 따른다’고 한 합의사항을 은근히 강조하는 모양새까지 취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미타사와 강남구 봉은사 옆에는 초고층 아파트가 건립돼 사찰을 훤히 들여다보는가하면 경기도 용인의 화운사는 고압 송전탑에 포위될 지경이다. 통도사 인근에도 대규모 위락시설 공사가 강행되고 있고 통영 미륵산에는 케이블카 공사로 사찰이 위협받고 있다.
사찰이 위치한 청정공간을 파고드는 개발의 바람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일’이 터질 때마다 사부대중을 동원해 반대 시위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러 번의 경험에 의하면 ‘일’이 터지고 나면 언제나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사찰이 개발의 바람을 먼저 감지하고 사전에 철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때문에 종단을 초월하는 범불교적인 사찰환경수호기구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문화유산과 수행환경을 지키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초종단적 기구를 설립해 거기에 모든 종단을 비롯한 불교 구성원들이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