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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어>테러와 똑같은 진압
테러는 잘못된 인간집단의 공업이 총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처절하게 느끼게 한다. 이번 러시아에서 일어난 인질테러 사건도 그 극한적인 대치 상황과 러시아 정부의 강경진압에 이르기까지, 어떤 비극 영화보다도 더 진하게 온 세계를 당혹과 경악, 그리고 슬픔과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어떤 목적도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기에 테러 자체가 정당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일단 어떤 테러 사건이 발생하면 비극의 참상을 목도한 여론은 테러에 대한 비난에 한 목소리를 내기 마련이다. 그리고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모든 노력들이 용인되고 지지되는 분위기가 팽배하게 된다. 이번 테러사건에서는 러시아 정부의 진압방식에도 비난이 쏟아지기는 하는 편이지만...... .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한편 걱정이 되는 것은 테러 방지나 진압이라는 목적을 위해서는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좋다는 사고방식이 일반화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것은 테러를 행하는 것과 동일한 사고방식이다. 그러한 방식을 용인하게 되면 일시적으로는 테러를 막을 수는 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그 사고방식에 따른 수많은 테러들을 낳게 되지 않을까?
테러는 어떤 근본적으로 잘못된 구조나 사태가 있는데 그것을 해결할 길이 없다고 느끼는 집단들이 동원하는 극단적인 방법이다. 그 구조나 사태를 지속시키고 있는 힘이 너무도 강하며, 또 자신들이 놓인 부당한 처지에 대한 호소에 귀기울이는 사람들이 없다는 절망이 낳는 단말마적인 몸부림인 경우가 많다. 단지 죄없는 많은 사람들을 희생으로 요구하는 비참한 결과만 보고 또다시 그 몸부림을 외면하면 그들은 더더욱 처절한 몸부림을 치게 되지 않을까? 테러가 일어나게 되는 사태는 오랜 기간 쌓여와 얽히고 설킨 근본적인 모순이 바닥에 깔려 있게 마련이다. 그러기에 선뜻 어떤 편도 들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테러밖에 동원할 수단이 없다고 느끼는 절망적인 집단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우선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들이 외롭지만은 않다는 느낌이야말로 극단적이고 단말마적인 몸부림으로 치달리는 것을 막아주는 최선의 방패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성태용 건국대 교수ㆍ본지 논설위원
2002-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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