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던가.
어려웠던 시절 숱한 민주투사와 열사들의 희생을 반석으로 한국정치는 발전을 거듭해 왔고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일컫는 지방자치시대를 연지도 어언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정치에 갈채를 보내는 국민은 별로 없어보인다. 형식은 발전된 모습을 가졌을지 몰라도 정치인들의 의식은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대통령선거를 두어 달 앞두고 있는 지금도 새로 정당을 만드느라 부산을 떠는가 하면 이해타산에 따라 당을 이리 저리 옮겨 다니는 정객들이 정치권을 맴돌고 있지 않은가.
어떤 사람은 정치란 본디 성인이 아니면 도둑놈이 하는 짓이라고까지 표현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각설하고 사회의 민주화와 발맞춰 우리 불교계에도 지방자치시대가 열렸다. 본사주지를 교구의 구성원들이 뽑는가 하면 중앙 종회의원과 교구 중앙종회의원들을 탄생시키기 위해 많은 스님들이 다른 스님들을 상대로 출마와 당선로비를 벌이는 웃지 못할 풍토가 만들어진 것이다.
조금 심하게 이야기 하자면 예전에는 권승들이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자의든 타의든 거의 모든 스님들이 종단정치에 휘말리는 권승의 자리에 넘나들고 있는 셈이다.
종단의 민주화를 위한 부득이한 제도라고 하니 이해하려 애쓰기는 하지만 씁쓸한 입맛을 숨길수가 없다.
진면목의 출가승을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이젠 종단 안팎 어디를 가든 어렵지 않게 듣는 이야기가 되었다.
우리 불교 교단은 지금 민주화를 통해 발전하고 있는가?
불자들은 긍지를 느끼며 남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가?
종단의 지도자가 바뀔 때마다 입버릇처럼 거론되는 수행풍토 조성, 포교, 도제양성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이 글을 보면서 아직도 이렇게 순진한 사람이 있나 하고 비웃을 필름처럼 뇌리를 스친다.
도수(정업도량 회주. 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