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필요한 시대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인들의 말 바꾸기 솜씨가 날로 현란해 지는 요즘, 옳은 것과 그른 것에 대한 가치판단이 모호해 질 정도라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정권 말기의 혼란과 그칠 날이 없는 시시비비는 이제 일상이 되었을 정도다. 그래서 침묵이 금이 되는 시절이다.
옛 선사들은 누누이 “말에 떨어지지 말라”고 경계했다. 말에 집착하고 말에 속으면 진리와 그만큼 멀어지기 때문이다. 세 치 혀로 드러나는 말 보다는 마음 깊은 곳에 담겨진 진실을 갈파하라는 가르침은 언제나 유효하다.
달마 스님이 숭산의 소림굴에서 9년간 입 다물고 면벽을 한 것은 진리의 심인(心印)이 제대로 전파될 시절인연을 기다린 것이다. 말 보다는 마음으로 전할 인연을 익히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유마거사가 침묵하지 않았다면 하늘에서 꽃비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불이(不二)’의 장광설이 오히려 침묵으로 하늘을 진동시킨 것을 상기해 보면 침묵이야 말로 우렁찬 웅변이 아니겠는가?
대선정국이 굳어지면서 불교계를 향한 정치인들의 발길도 분주하고 말도 푸짐하다. 속이 얼마나 찬 말인지 검증할 시간도 없이 새로운 말들이 난무한다.
불교계의 지도자들은 정치인들의 말에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 종단이나 단체의 지도자가 대선공약이라는 명분으로 그럴 듯하게 포장된 말에 떨어지고 집착해 버리면 불교계의 위상을 실추시키고 진짜 들어야 할 말을 못 듣게 된다.
그래서 침묵의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누가 와서 무슨 말을 하건 입을 꾹 다물고 그 내면을 들여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찬찬히 속을 들여다보는 눈길을 의식할 때 그들의 말은 보다 신중해지고 거짓이 줄어들지 않겠는가.
임연태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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