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은 실천불교전국승가회(의장 청화, 이하 승가회)가 창립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승가회 근본도량 파주 보광사에서 열린 10주년 기념법회는 승가회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자리였다.
3시로 예정된 법회는 4시가 되어서야 열렸고, 참석한 스님도 200명 회원 중 2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의장 청화스님도 법회에서 “이렇게 하려면 아예 승가회를 해산하자”라고 얘기했을 정도였다.
다행히 그날 밤 법회 참석자 외 여러 스님들이 참석해 승가회 10년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정토구현전국승가회와 대승승가회가 힘을 합해 독재 권력의 반이성적인 탄압이 극에 달하던 때, 불교계 내부에서 눈 푸른 납자들과 뜻있는 재가자들의 움직임들이 승가회라는 결과물로 나타났다.
승가회는 불교계의 사회참여와 개혁에 주도적 역할을 하였고, 종헌·종법 민주화나 올바른 승가상 정립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또한 양심수 문제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정신대 문제, 북녘동포돕기 운동 등 불교 외부로도 시각을 넓혀, 고통 받는 중생들과 함께 ‘실천’하는 ‘승가’상을 보였다.
그러나 요즈음 승가회의 모습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 마디로 예전보다 활동성이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청화 스님은 “무력감이나 자만심 때문이 아니라 예전의 싸움꾼 이미지를 벗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단체로 탈바꿈하기 위한 과도기”라고 표현했다.
지금은 승가회 출범 당시와는 사회 상황이나 교계 상황이 많이 변했다. 하지만 승가회가 지향하고 있는 ‘중생 구제·정토사회 구현’은 여전히 시대적 요청이다. 새로운 모습으로 ‘실천’하는 ‘승가회’가 되길 바라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남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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