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수재의연금이 수재의연금 모금 사상 가장 많은 액수인 1,200억원에 이르렀다 한다. 겨레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따뜻한 정성에 이렇듯 온 국민이 함께 하여 큰 성과를 보인 것에 대하여 우리 국민 모두가 스스로 뿌듯해 하며 축하해야 할 일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번의 성과가 우리 겨레와 나라의 앞날에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에 대하여 다시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번 성금 모금의 큰 성과는 우리 겨레가 하나임을 온 몸으로 표출하였던 월드컵의 열기가 그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느낌으로 받았던 ‘우리는 하나’가 바로 이웃의 아픔에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졌기에, 한 때의 열기로 끝날 수 있었던 민족적 동질감이 이제 우리 민족과 국가의 미래를 열어가는 큰 힘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렇게 모아진 우리 국민의 느낌과 실천의 물꼬를 좀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며, 보다 더 큰 흐름으로 증폭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우선 수재의 아픔을 당한 분들에게 좀 더 빨리, 좀더 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그 성금의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하여 그분들이 느낀 감사의 마음이 다시 우리의 ‘하나됨’의 움직임을 증폭시키는 반향으로 이어져야 한다. 성금의 조속하고도 효과적인 사용에까지도 따뜻한 우리의 눈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남북을 잇는 철도의 복원이 시작된 것도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하나’라는 느낌에 바탕한 구체적인 실천이 분단극복이라는 우리 민족의 염원을 성취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도록, 보다 높은 차원의 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자비와 화합의 종교인 불교가 이러한 일의 중심이 되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번에도 가시적으로는 조계종 1억7천만원, 천태종 1억6천만원 등 불교 종단과 사찰 단체에서 총 10억여원의 성금을 기탁하였으며, 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불자 국민들이 초유의 성금액수를 기록하는 데 주역이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힘들이 좀더 우리 민족의 하나됨을 이룩하는데 주역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노력이 불교계 전반에서 일어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