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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세상보기>혼란만 가중시키는 부동산 대책
정부는 최근에 과열된 부동산 열기를 잠재우기 위해 소위 ‘9.4 주택시장 안정 대책’이라는 종합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금년 들어 벌써 세 번째로 발표되는 부동산 대책이다.

정부의 말에 의하면 그 동안의 대책이 ‘자금 출처 조사’ 등의 응급처방이었다면, 이번 대책은 신도시 개발, 양도세 개편, 재산세 개편, 아파트 청약제 개선, 심지어 교육정책까지를 망라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 그야말로 종합 대책이라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 불안정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가를 말해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정말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되고 투기가 사라질 수 있을 것인가?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국민들과 전문가들은 그렇게 믿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과 국민을 안심시키기는커녕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금년 들어 벌써 세 번째나 발표하는 부동산 대책에 대해 국민들은 이제 무감각해져서 정부 말에 더 이상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경기가 나쁘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기 위해 온갖 규제를 풀어서 투기를 조장하는 정책을 발표한 것이 불과 일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고 온갖 종류의 정책들을 총동원해서 백화점식으로 정책들을 나열하고 있다.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 정부의 온탕-냉탕 정책을 국민들이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또 중요한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정부 부처간에 협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급조된 우리 국민들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무슨 정치적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책들이 나와서 나중에는 부처간의 마찰과 정책 자체의 혼란을 초래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판인데 누가 그런 정책을 곧이곧대로 믿을 것이란 말인가.

더더욱 한심한 것은 백년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교육정책을 어떻게 부동산 안정대책의 수단으로 삼는단 말인가. 물론 우리나라의 교육열이 워낙 높고, 특히 서울 강남 지역의 경우 부동산값이 치솟는 근본적 이유가 교육 문제 때문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서 대책을 세워야지 교육정책을 부동산정책의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주객을 전도시키는 꼴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값은 왜 항상 불안정한가? 많은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주택 공급의 부족과 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다”는 것이 부처님 가르침의 첫 번째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문제든지 근본적인 원인들을 찾아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결국 장기적으로는 서민주택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수립하는 수밖에 없다.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어떤 규제나 조세 정책으로도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또 부동산 시장에 과열된 투기가 문제가 된다면 투기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원인을 찾아서 제거해야 할 것이다. 투기현상은 어디에서 오는가?

모든 투기는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일어나는 현상이다. 물론 정도의 문제일 뿐이지 세상의 모든 미래는 항상 불확실한 것이다. 도처에 투기행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늘려 있는데, 그것들은 제거하지 않은 채 여러 가지 규제나 처벌의 방법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이것이 있으니까 저것이 있는 것’이라면 저것을 없애려면 이것을 제거하는 길 밖에는 올바른 길이 없을 것이다.

부동산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왜 서울 강남의 집값은 강원도 산골 집값의 열 배, 백배가 되는가? 서울 강남의 집이 우리에게 그 만큼 더 편하고 편리함을 주기 때문인가?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단지 사람들이 서울 강남의 집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그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 깊이 생각해 보면 세상의 모든 가치라는 것은 사람들이 머리 속으로 만들어 낸 망상일 뿐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마음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들이 지어낸 망상들은 얼마나 허망한 것들인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우리들이 만들어 낸 망상에 집착하여 삶을 스스로 고통과 괴로움에서 헤어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정기문 교수 (강원대학교 경제무역학부)
200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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