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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세상보기>덕수궁터 보존, 美엔 대체 부지를
미국 대사관측은 오는 2008년까지 아파트와 군인용 숙소, 미대사관 청사를 옛 덕수궁 터 위(현 중구 정동 1-8번지, 1-39번지)에 단계적으로 신축 이전할 계획이라고 한다. 연면적으로 따지면 과거 경복궁 위에 세워졌던 조선총독부의 1.8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우리 눈앞에 벌어질 수 있었을까? 이는 한 마디로 과거 문화유산에 대해 무지했던 우리 정부와 미국측의 부당한 요구가 한데 맞물려 이와같은 비극을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덕수궁의 모습은 원래 규모에 비해 매우 축소된 형태다. 대한제국 시기의 면적에 비해 1/3가량 축소된 규모이며, 건물 칸수로 따지면 1/10 규모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왕조사회에서 궁궐이란 단순한 건물이 아니었다. 국권을 상징했기 때문에 덕수궁을 포함한 대부분의 궁궐들이 일제시기를 통해 분할, 매각 처분되는 등 철저한 수난을 겪었다. 지금의 덕수궁 또한 그 수난의 결과로 남아 있는 모습인 것이다.

과거 일제가 물러간 뒤 미군정을 거치면서 일제에 의해 분할되었던 옛 덕수궁 터에 미국이 다시 들어왔다. 우리로서는 옛 덕수궁터를 회복했어야만 했고, 미국측의 부당한 요구에 단호히 반대입장을 표명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1986년 경기여고가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나머지 옛 덕수궁 터 마저 미국측의 소유로 넘어갔다. 서울시와 미대사관 사이에 양해각서가 체결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 양해각서가 뒤늦게 공개되어 시끌시끌하다. 내용을 살펴보니 그간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전형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양해각서에 따르면 미대사관 청사를 계획하면서 약 70미터 규모의 15층 건물을 무조건 짓도록 한다는 것과,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고도제한과 같은 규정도 무시되었다. 이는 미국 측의 외교적 편의만이 고려되었을 뿐, 덕수궁을 포함한 주변 역사경관 보호 등 주둔국의 문화주권은 철저히 짓밟힌 결과라 할 수 있다.

미국 대사관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이와 같은 계획이 미국무성의 주도하에 수립되고 지난 50여년에 걸쳐 추진되어 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어떠한 입장도 떳떳이 내세우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학계, 언론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들이 문제제기와 반대운동을 하고 나섰지만 미국 측의 입장도 단호하다. 그간 합법적인 경로를 통해 예정부지를 매입해 왔기 때문에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이 궁궐터라도 지표조사와 발굴조사를 거친 뒤 예정대로 건물을 짓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학계와 시민단체의 입장은 다르다. 과거 문화유산에 대해 무지했던 정부의 잘못을 두 번 다시 반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제라도 그곳이 우리에게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장소이며, 더군다나 매장문화재가 현존해 있는 궁궐터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미국 측에 대체부지를 마련해주고 보존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초대형 대사관이 들어섬에 따라 덕수궁을 포함한 주변 정동일대 역사경관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신축이전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 주장이다.

문제의 열쇠는 서울시가 쥐고 있다. 서울시는 더 이상 책임회피로 일관하지 말고, 결자해지 차원에서 책임있는 행정당국의 모습으로 미국측과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또 이를 위해 관련 부처와 적극적인 조정업무에 나서야 한다. 궁극적으로 덕수궁을 포함한 중구 정동일대의 근대유산 보호를 위해 문화지구로 지정해야 할 것이다.

강임산‘한국의 재발견’ 사무국장
200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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