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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어>방생
“일이 잘 풀려 나가지 않을 때 집안에서 발길질 할 수 있도록 자연이 만들어 준, 부드러우면서도 결코 부수어지지 않는 자동인형 같은 것”

A. 비어스의 냉소적이면서 삐딱하기 그지없는 ‘악마의 사전’에 나오는 고양이 항목의 설명이다. 이른바 애완 고양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구미 선진국에서는 개들 전용 교회, 애완동물 의료보험이 추진되는가하면 전 재산을 애완견에게 물려주는 이도 있고, 드디어는 지난 6월 독일에서 인권에 버금가는 ‘동물 권리’를 부여하는 헌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는데_.

그 정도는 아니나 한국에서도 이제 애완동물을 ‘샀다’하지 않고 ‘입양했다’로 표현할 만큼 애완동물 붐이 거세다.

그런데 비어스는 왜 고양이를 집안에서 발길질이나 당하는 천덕꾸러기로 표현한 것일까. 사실 거룩한 말씀들만이 아닌 삐딱한 표현에도 진실은 있는 법이다. 기르는 동물을 진정 가족보다 사랑하는 소수의 사람을 빼고, 대부분은 발길질 아니라 내다 버리는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애완동물 천국인 프랑스 파리에 바캉스 철만 되면 주인식구들이 몽땅 놀러 가면서 내다버리는 애완동물들로 적지 않은 소동이 일어난다. 한국이라고 다를까. 병들거나 늙으면 버림받는 것은 당연해서 도심 공원이나 인근 녹지 야산에는 슬쩍 내다버려진 병든 애완동물의 모습이나 시체 보기가 어렵지 않다. 그런 동물들이 서울에 연 3천여마리가 넘는다는데, 인간에 의해 사육된 동물들이 자연에 적응하기는 심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애완동물가게 몇 곳만 들러보면 ‘애완’ 아닌 ‘학대’ 현장을 얼마든지 목격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제 ‘애완’이란 이름으로 동물에 저지르는 죄를 하나 더 추가하고 있다.

조계종 환경위원회에서 나온 ‘방생지침서’를 보면 ‘무분별한 방생과 생태계에 대한 인위적 간섭’을 경계하는 것으로, 방생에 대한 진일보한 면모를 보여 준다. 여기에 애완동물의 그 ‘애완’이란 말의 이중성과 실태를 파악하여 애완동물의 방생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연구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김징자(언론인. 본지 논설위원)
200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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