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노선조사위원회' 구성이 늦어지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조사위원 수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시행청인 한국도로공사와 시행사인 서울고속도로(주) 측은 도로와 환경 전문가, 간사 각 1인, 서울시와 경기도 추천 전문가 등 10명으로 구성하자는 주장이다. 불교계는 문화재, 지역주민의 참여를 포함 20명으로 구성하자는 의견이다.
다만 조사위원회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큰 만큼 몇몇 전문가들에게만 맡겨둘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도로와 환경 전문가를 포함해 불교의 수행과 문화유적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것은 물론 도로 개설에 따른 이해당사자인 지역주민의 의견도 충분히 개진되도록 해야 한다. 도로 건설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불교계와 지역주민의 의견수렴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형식적인 절차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난을 통해 이미 노선조사위원회 구성의 의미가 적지 않다고 밝히고, 개발과 보전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귀중한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선조사위원회는 북한산 국립공원과 수락산, 불암산을 터널로 관통하는 노선이 과연 타당한가, 새 노선의 채택 여부를 따져보는 국민적 관심사를 다루는 일을 한다. 양측은 지난해 11월 이후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이 문제를 다뤄왔다. 수행자들이 폭행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조사위원회 구성 규모로 이견을 보이며 시간을 허비해도 좋을 사안이 아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국립공원 구역을 4㎞에 이르는 장대터널로 관통하는 공사인 만큼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관련자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금정산과 천성산을 관통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과 관련한 민관협의체 구성도 마찬가지다. 그래야 이후 노선조사위원회와 민관협의체의 합의 또는 결정 사항에 대해 또다시 이견이 나오는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 몇 사람이 모여 기존의 설계도를 다시 확인하는 요식적인 절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