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가 또 다시 흔들리고 있다. 조계종 제14교구 본사 범어사의 내분과 갈등이 부산 불교계 전반을 흔들어 놓는 강풍이 되어 불어닥치고 있다. 1300년 역사를 자랑하며 부산지역 불심의 근원지를 이루어왔던 범어사의 계속되는 내분이 부산불교 전체의 중심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문화재보수비 국고보조금 횡령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터진이후 지혜롭고 책임있는 해결을 기다려왔던 불자들의 실망과 분노는 한계를 넘어섰다. 차기 주지 다툼처럼 세간에 비화되면서 장기화되고 있는 범어사 사태를 지켜보며 많은 불자들이 범어사에 등을 돌렸다. 부산 불교계의 많은 현안들은 범어사의 역할 마비로 해결의 힘을 얻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아시안게임, 금정산 고속철 관통 반대 등 부산의 크고 작은 현안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할 범어사가 집안 단속도 못하는 이름뿐인 교구본사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범어사를 이렇게 무기력하게 만들어버린 장본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범어사를 수행의 터전으로 삼으며 도량을 가꾸어온 스님들이다. “범어사가 무슨 문제가 있느냐. 스님들이 문제지”라는 말이 세간에 떠돌 정도로, 범어사 문제의 책임이 범어사 문중 스님들에게 있다는 여론이 높다. 그만큼 불자들이 범어사 문제 해결을 위해 스님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제 범어사 문중 스님들은 어떠한 명분을 위해서든 승가가 승가를 비방하는 것이나, 세간법에 의지해 불교집안의 일을 해결하려는 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는 불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부산불교계의 많은 사부대중들은 범어사 문중 스님들이 하루빨리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출가본연의 정신을 되찾아 범어사를 부산불교의 근본도량으로 우뚝 세우길 기대한다. 그것만이 선찰대본산으로 숱한 선지식들을 배출한 범어사의 위상을 되찾는 길이요, 부산불교가 바로 설 수 있는 뿌리를 굳건히 하는 길인 까닭이다.
부산=천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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