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 조계종이 지난해 9월 경찰청의 협조를 받아 5천여 곳의 사설사암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조계종의 명의를 도용하는 유사조계종 사찰이 2300여 곳이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종명은 그 종단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 자체가 역사이자 문화의 응축인 것이다.
조계종명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조계종의 종헌종법을 호지하고자 한다면 굳이 사용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설사암들은 조계종의 관리와 감시의 통제를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적 사회적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통제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불교계 전체 내지 조계종의 공공성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데 문제점이 있다. 또한 일반신도들이 조계종 사찰로 오인하고 다니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3백여 곳에 이르는 무적승려들이 운영하는 사찰이 방치되어 있다는 것은 조계종단의 통제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이면에는 조계종 자체의 책임도 있다. 종단 호법부에 사법권은 없지만 지속적인 감시와 정화활동이 진행되었어야 마땅하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한 계도와 공고, 사법적인 대응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적이 없다는 점은 종단 스스로 심각하게 반성해야할 점이다. 차제에 조계종단은 거종적 차원에서 조사와 대응에 나서야 하리라 본다. 전법도생은 정법으로 가능한 것이다. 사이비 논리는 결국 정법을 소멸하게 만든다는 점을 명심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