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이 달라이라마 방한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교계는 물론 일반사회, 그리고 이웃나라 일본, 중국에서까지 여론의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 동안 달라이라마 방한에 반대 혹은 손놓고 있는 것으로 비춰졌던 한국불교 대표종단인 조계종의 추진소식에 국내외 언론이 큰 의미를 부여한 것.
하지만 조계종 총무원은 이들의 호들갑에 의외로 조용하다. 아예 갑작스런 내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 난처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조계종은 이번 일로 원상복귀 되기는 했지만 한중수교 10주년을 맞아 공식 초청한 중국 종교국 엽소문 국장 등이 갑자기 방한을 미루는 홍역을 겪었고, 주한 중국대사의 강한 항의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또 정부도 2일 몽골에 가는 달라이라마가 울란바토르 직항 항공편을 이용하기 위해 인천공항에서 환승하는 것도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예전과 입장이 변한 것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을 대변하듯 최근 종단 일각에서는 달라이라마 방한이 김대중 대통령 임기 중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단정적인 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좀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시기상조론 부터 “원장스님이 달라이라마는 언젠가 방한해야 하고, 그럴 경우 조계종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지 올해 내 방한을 조계종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은 잘 못 알려진 것”이라는 소리가 그것이다.
진실이 어디에 있던지 간에 요즘 분위기를 보면 달라이라마 방한이 올해 내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또다시 느끼는 점은 대한민국이 엄연한 주권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달라이라마의 방한을 막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아마도 조계종 총무원의 딜레마도 ‘국익’과 ‘종교의 자유' 사이에서 어느 쪽에도 기울 수 없는 우리의 위치 때문은 아닐까.
김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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