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사태 이후 연이어 미국기업의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 주가가 폭락하는 결과를 가져오면서 윤리경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계기로 윤리가 기업의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윤리헌장을 제정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전경련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500대 기업 중 50% 정도가 윤리헌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비율은 99년 22%에서 지속적으로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윤리경영의 결정적 요소가 최고경영자의 의지라고 응답한 기업이 응답기업의 76.3%를 차지하였다.

경영의 기본은 무엇인가? 나는 이것을 고객, 품질, 기술, 현장, 사람으로 연결되는 전략의 고리로 설명한다. 경영에서 기본이란 이익을 남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익을 남기려면 물건을 사주는 고객이 있어야 하고,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품질이 좋아야 하고, 품질이 좋기 위해서는 기술을 개발해야한다. 기술은 어떻게 개발되는가? 기술은 현장에서 사람이 개발하는 것이다. 특히 현장을 무시하고는 기술이 개발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추구해야 할 목표는 이익보다 더 중요하게 고객, 품질, 기술, 현장, 사람의 개발과 같은 것이 있다는 것이다.

이익추구에서 사람개발로 기업의 목표가 바뀌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경영에 대한 철학과 가치에 기초를 둔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가치에는 사업적 가치와 인간적 가치의 두 가지가 있다. 사업적 가치는 무엇 때문에 사업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돈 때문인가. 가치 때문인가. 우리는 무언가 이 사회를 위해서 무언가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사업을 하는 것이다. 인간적 가치란 종업원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통해서 종업원들로 하여금 사장이 남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조직 내에 사업적 가치와 인간적 가치가 있을 때 우리 모두 하나 되어 열심히 일한다는 문화가 조성되고 이러한 문화에 의해서 기술개발, 고객만족이 이루어지고 이익이 창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의 기본은 가치이고 우리가 윤리라고 말하는 것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바른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것은 가치로부터 파생되는 것이다. 윤리는 기업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하느냐 하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기업은 좋은 제품을 만들어 고객에 봉사하겠다는 가치관이 있을 때 과감하게 단기적 이익을 포기하고 윤리적 행동을 할 수 있다. 윤리경영의 결정적 요소가 최고경영자의 의지라고 대부분의 기업이 응답한 것처럼 윤리경영에 중요한 것은 윤리헌장을 제정하기 이전에 우리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가 하는 윤리의식이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이 불교경영이다. 보통 가치는 기업의 비전으로 표현된다. 비전은 기본적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 고객에 봉사하고 이를 위해 우리 모두 하나되어 열심히 일하자는 것이다. 가치는 봉사정신과 동체정신을 말하고 우리를 순수하게 만드는 것이다. 불교의 깨달음과 관련하여 요구되는 것은 본성을 찾는 것인데 본성은 순수한 것을 말하고 순수는 이상의 두 가지 가치관을 요구한다. 즉, 일생을 걸고 하고 싶은 일을 찾는 사업적 가치관과 우리는 둘이 아니고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 인간적 가치관이다.

불교의 핵심은 자기를 찾는 것인데, 일은 자기의 창조적 표현으로서 자기를 찾는 중요한 수단이고 자기가 모든 사람과 연결되었다는 인식은 또 다른 자기 발견이다. 사업적 가치관을 통해서 인생을 걸 수 있는 자기 일을 찾고 인간적 가치관을 통해서 우리가 모두 하나라고 하는 인식을 체득해 나가는 경영, 이것이 윤리경영이자 불교경영의 기초인 것이다.

노부호 서강대 교수, 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