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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세상보기>기부와 봉사
재물은 똥과 같은 것이다. 한곳에 있으면 썩어 냄새만 날 뿐이지만 들판에 널리 뿌리면 거름이 되어 초목을 풍성하게 키운다. 그렇게 사는 것이 돈맛 보며 사는 길이다. ‘증일아함경 참괴품’에 담긴 내용의 일부이다.

‘오늘밤에는 잠이 잘 올 것 같다’는 기사의 제목을 보고 무슨 양심선언이 있었나보다라고 생각했다. 내용을 보니 팔순의 실향민 강태원 씨가 평생 모은 재산 2백70억원을 사회에 환원(KBS 사랑의 리퀘스트에 기증)하고 난 후 밝힌 소감이었다.

그는 작년에도 100억원 상당을 충북 청원군 꽃동네에 은밀히 기증했다. 이번에는 ‘나같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공개했다고 한다.

막노동판에서 쉰 떡으로 주린 배를 채우는 등 50여 년 간 남들보다 덜 먹고 덜 입고 그러면서 더 열심히 일해서 모은 재산이었다. 그만한 돈이면 아무리 작심하고 탕진을 한다고 해도 3대 아니 5대는 너끈히 세습될 수 있다.

그러나 부의 대물림은 자식들에게 독약을 물려주는 것이라는 그의 지적이 얼음물을 정수리에 쏟아 붓는 것처럼 정신이 퀭하다.

그라고 해서 어찌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겠는가. 그의 거룩한 뜻을 받든 자녀들 또한 외경스러운 분들이다. 재산 때문에 패륜의 범죄를 저지른 몇 해 전 사건, 유사한 소재를 다룬 ‘공공의 적’이란 영화도 생각난다.

선배 P와 친구 S가 묻혀있던 기억에서 퍼더덕 살아난다. P는 지금 식물인간 상태이다. 도시계획이 확대되면서 꼴같잖던 야산과 잡초밭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그의 부친이 갑자기 졸부가 되었다.

아들인 P는 가득 찬 떡시루 받듯이 아비가 던져주는 돈푸대를 덥석 받았다. 그날로부터 그는 직장을 버리고 돈 쓰는 일에만 몰두했다. 최고급승용차를 사고 고급 술집을 안방처럼 드나들고 무계획적인 해외여행 따위에 질주하는 그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다 그는 교통사고를 냈다. 피해자는 죽고 가해자인 자신은 척추가 망가지는 중상을 입었다. 지금은 아내도 없이 반지하 사글세방에서 근근이 숨만 쉬며 살고 있다. 돈푸대가, 멀쩡한 인간을 식물로 만드는데 10년도 안 걸렸다.

친구 S는 다행히 사지는 멀쩡하다. 빌딩 몇 채를 유산으로 받았다. 그가 내게 내뱉는 탄식은 진실인 것 같다. “야, 정말이다. 내 고민이 뭔 줄 아냐? 아침에 해가 뜨면 오늘 하루를 또 어떻게 보내느냐 바로 이것이다, 이놈아!” 눈물을 찔끔 짜며 하는 말이 엄살은 아닌 것 같다.

팔등신 미인들이 반겨 맞는 룸살롱 출입도 한두 달이면 신물이 나는 법이다. 지금은 손을 씻었지만 마약에 손을 댔다가 철창신세도 졌다. 자기 소유의 빌딩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관리인 영감들과 100원짜리 동전을 놓고 화투판을 벌이는 것이 그의 유일한 낙이자 일이다. 번듯한 일거리가 없이 불평만 늘어놓는 그에게 친구들은 가까이 다가가길 꺼린다.

강태원 할아버지는 재물관리에 관한 한 ‘선지식’이다. 엄청난 재물이 자식들에게 가면 독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세상에 뿌리면 거름이 된다는 것도 깨달은 분이다. 물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릴 줄 아는 지혜를 가진 분이다. 동물은 자신이 먹을 만큼만 사냥을 한다. 사자, 호랑이 같은 맹수도 배가 부르면 지나가는 먹이를 바라보기만할 뿐 해치지 않는다.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는 것이 무소유 정신이다.

기부와 봉사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고 아름답게 회향하는 것, 이것은 국가의 몫이다. 간헐적으로 출몰하는 희생보다는 삶의 일부로 표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와 명예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가운데 형성되는 것이다. 나눔의 미덕이야말로 첨단 자본주의 시대에 절실하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부처님께서 또 이렇게 설하셨다. ‘같은 물이라도 똥과 섞이면 똥물이 되고 향이 스미면 향수가 된다’고.

이우상 <소설가. 대진대 문예창작과 교수>
2002-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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