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환경신호등과 불교계의 역할
녹색연합이 최근 발표한 한국 환경질 10년 변화에 관한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환경질이 더욱 나빠져 국민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환경동향을 분석하여 정리한 것으로, 15개 부문에 28개 환경측정지표의 바탕으로 최근 10년간의 경향성과 추이 등을 분석 평가한 결과에서 밝혀졌다.
그 결과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거나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는 녹색신호의 경우에는 생활폐기물 재활용율 등 9개 지표, 환경질 변화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거나 부정적인 변화추이를 보이는 적색신호는 도시화율, 폐암사망율 등 13개 지표,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아 불확실한 효과를 나타내는 경향성을 유지하고 있는 노랑신호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6개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정부의 정책결정에서 늘 경제와 정치적인 논리가 환경보다 우선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결국에는 국민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평가된다. 아직도 지속가능한 개발이 구호로만 그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개발계획의 수립시에는 지속가능한 개발이나 환경친화적 개발을 목표나 원칙으로 삼고 있으나, 개발사업의 구체적인 설계나 시행단계에서는 과거의 구태의연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사유로 실제적으로는 무시되고 있다.
그러한 구체적인 사례가 지금 불교계 최대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북한산 관통도로 건설문제와 경부고속철도의 금정산?천성산 통과 문제이다. 이 두 문제는 몇가지 면에서 공통적인 특성이 제기되고 있다. 첫째는 두 문제 모두 불교계가 주도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21세기 한국불교계의 최대 불교환경문제로서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마지막 자연의 보고인 산을 관통하고 파괴하는 공사라는 점이다.
불교가 이 땅에 전래된 이후 1600여년간 한국불교가 지켜온 산과 절은 이제 사찰의 산문에 쓰인 것처럼 하나가 되어 산을 지켜 왔다. 그러기에 개발로 인한 산의 파괴는 단순한 산의 파괴만의 문제가 아니라 불교계의 근간을 파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이번의 문제들을 반대하는 것은 단순한 개발사업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마지막 자연유산인 산을 지키는 일이고, 불교라는 종교의 명맥을 되살리는 일이다. 불교계의 사회적 기대와는 상관없이 이번의 두가지 환경문제에 대한 일반 사회의 기대가 매우 크다.
그동안 불교가 지키고 가꿔온 우리의 유산자원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립공원 등 자연공원으로 지정되고, 국보?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제대로 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국가에서 국립공원지역 또는 문화재보호구역 등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놓고, 이를 파괴하는 개발행위를 정부차원에서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런 시점에서 지금의 환경은 불교계의 자발적인 참여와 주도가 요구되고 있다. 더욱이 시대적 흐름과 국민의 의식수준은 이제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지켜가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을 간직한 불교계가 앞장서서 지켜가야 한다는 당위성이 있다. 어찌보면 사회에서 포기되고 끝난 사안이라 하더라도 무모한 사업추진과 정치적 흥정의 산물인 사업들에 대해서는 이제 불교계도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지키겠다는 명분과 실리를 갖고 대처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산과 금정산ㆍ천성산의 문제는 이제 한국사회에 있어서 한국불교의 역할과 사회적 기여도를 판별할 수 있는 상징적인 문제로서 대두되고 있고, 이후 한국불교계의 수행가풍을 점검할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된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라도 한국불교계가 한국의 환경을 지키고, 가꾸어가는 시대적 역할을 통하여 삼세의 청정한 국토와 수행가풍을 유지해가기를 고대한다.
이병인(밀양대 교수, 환경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