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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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어>부끄러운 불교인
그날은 청계산 등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주차장 출구로 향하던 때였다.

출입구에서 관리인들과 어느 운전사가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그 운전사가 끄는 차는 신형 그랜져에 왕방울 염주를 보기 좋게 걸고 있었다. 운전석 위의 백미러에.

결국 그 사람은 관리인들의 저지로 주차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돌아갔다. 출구를 나오기 전에 관리인에게 사연을 물어보았다. 호기심이 반정도 있었다면 어느 높은 사람이 와서 호통을 치며 싸운 것인가 하는 의구심 때문이기도 했다. 그 사람은 출입을 위해 줄 서 있는 많은 차들을 무시하고 새치기로 입장하려던 차였다. 관리인들이 제지하자 감히 누굴 제지하느냐고 호통도 치고 욕설도 서슴지 않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목전에서 벌어졌던 일이기에 주차관리인들의 말에 찬탄과 경의를 표하고 나왔다.

그러나 나오면서 화끈거리는 얼굴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랜져에 걸려있던 왕방울 염주가 눈에 선했기 때문이었다. 생각컨데 어느 졸부가 와서 주차관리인들을 아랫것들이라 생각하고 내지는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많은 등산객들을 무시하고 새치기 주차를 시도했으리라.

그런데 그 사람은 그렇게 괜챦은 고급 차종을 몰고 다니고, 특히 염주를 보아하니 부처님의 복을 제법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보였지만 절에서는 십중팔구 기복 이외에는 배운 것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후안무치한 행동을 하고도 큰 염주만 달고 다니면 제대로된 불자라고 할수 없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의식을 성숙시키고 사회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교정시키는 것이 사찰과 불교도의 사명이리라. 만일 나에게 배운 불교도들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면... 복과 혼백을 파는 것도 필요하지만 건전하고 당당한 불제자를 키우는 불교인이 되어야 한다.

그날 주차장에서의 일은 나에게 부끄러운 부처님의 제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라는 타산지석이 되었다.

차차석<동국대 역경위원, 본지 논설위원>
200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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