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신비가 풀리면 인간존재의 비밀이 모두 드러날까. 많은 과학자들은 ‘그럴 것’이라는 답을 내 놓는다.
옛 그리스인들은 인간 감정이 간장에서 나오는 분비물에 좌우된다하여 우울증을 ‘검은 담즙’, 즉 멜란콜리아라 했고, 동양권에서는 침착 냉정형의 사람을 담즙질(質)이라 불렀다. 현대과학은 인간성격 또는 감정들의 조정 장치를 담즙이 아닌 뇌에서 찾고 있다.
베르베르의 최근작 소설 ‘뇌’에는 이른바 뇌 속 ‘최후의 비밀’로 불리는 부위가 이야기 전체에 깔려있다. 쥐의 뇌 속 이곳저곳에 전극을 연결, 쥐 스스로 자극 할 수 있는 장치를 했더니 쾌감중추일시 분명한 한곳만을 택해 먹는 것조차 잊고 끝없이 그 장치만을 작동시키더라는 것인데…. 이를 인간을 대상으로 교묘하게 이용한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질까. 그야말로 ‘최후의 비밀’로 남겨 두어야 한다. 뭐 그런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지난 5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실제실험은 소설내용처럼 ‘최후의 비밀’로 분류된 것도 없고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도 했다.
찾아낸 그 쾌감중추를 자극하면 최상의 쾌감이 아니라 최상에 조금 못 미치는, 그래서 최상에 대한 욕구로 계속 버튼을 누르게 되고, 이 때문에 쾌감과 함께 초조 불안감을 동반하게 되더라는 결과도 보고되었다 한다. 쾌감은 이처럼 초조 불안과 함께 새끼 꼬듯 관계하는 모양이다. 행복과 불행, 행운과 재난이 자매지간이라는 불교설화를 생각케 한다.
현대과학은 이렇게 뇌의 신비를 하나하나 벗겨 나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선한 행동, 즉 사람이 서로 간에 이타적 행동을 하면 뇌가 즐거워진다. 그래서 인간은 ‘괜찮은 존재’일 것이라고 미국 에모리대학 정신의학 연구팀이 밝혔다. 인간의 선한 행동이 징벌을 무서워하거나 보상에 대한 기대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즐겨 하게 된다는 것인데...
지금 과학은 몰록 깨침의 세계, 그 양파껍질을 한 꺼풀 씩 벗겨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김징자(언론인, 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