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7월 22일자 연합뉴스에 난 연합시론의 전문입니다.
국보 4호인 경기 여주군 북대면 고달사지내 고려시대 부도 일
부가 훼손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문화재청이 긴급보수에 나섰다고 한다. 탑 내부에 유물이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한 도굴꾼들이 옥개석을 도굴용 쇠막대로 받쳐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상륜부 보주와 보개가 땅에 떨어져 조각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
다. 이번에 훼손된 탑은 국보로 지정되기 훨씬 이전인 1962년 이미 도굴을 당했는데도 범인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도굴을 시도한 것 같다니 한심한 우리나라 사찰 문화재 관리 실태에 다시한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국가지정문화재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사찰문화재는 도난.파괴 등 훼손에 완전무방비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계종이 펴낸 「불교문화재 도난백서」에 따르면 매년 평균 28건의 사찰문화재 도난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전국 사찰을 무대로 불상 안에 보관돼 있는 수십억원대의 국보급 문화재를 훔친 절도범과 이를 몰래 팔거나 사들인 고미술협회 간부, 사찰주지 등 문화재밀매단이 검찰에 적발돼 충격을 준 바 있다.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문화재나 유물관리가 허술하지만 특히 사찰문화재의 도난.파괴 사고가 이처럼 잦은 이유는 사찰거주자들의 문화재에 대한 낮은 인식과 관리소홀 때문이라고 본다. 정부의 보조를 받아 건립된 사찰박물관이 전국에 30여개 있기는 하나 예산부족으로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전시공간도 열악해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니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얼마못가 남아나는 사찰문화재가 없게 되는 것 아닐까 우려된다.
우리 민족의 귀중한 문화유산인 문화재는 한번 훼손되거나 파괴되면 복원하기가 힘들므로 과감하게 관련예산을 늘리고 인력을 확충해 보호.관리해야 한다. 문화재 보호를 위해서는 우선 문화재에 대한 인식부터 바로잡는 일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민 모두가 공유해야 할 문화재를 사유물화하거나 투자대상으로 삼는 잘못된 관행부터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문화유적지의 토기나 자기 조각 하나라도 마음대로 줏어 갖지 않고 소중하게 건사하는 국민의 문화재 보호의식이 확산된다면 문화재 도굴이나 밀매행위 등도 발붙이기 힘들게 되지 않을까. 이번에 훼손된 탑은 국보지만 일반적으로 전문절도범들은 관리도 소홀하고 처벌도 약한 비지정문화재를 집중적으로 범행대상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 사찰문화재의 실태를 본격적으로 파악해 비지정문화재 가운데 문화재로 지정할 것이 있으면 하루빨리 지정토록 해야 할 것이다. 사찰문화재는 특정 사찰이나 종단의 소유물이 아닌 민족의 유산이므로 국민적.국가적 차원에서 보존책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