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다. 비는 생명의 근원인 물을 공급해주는 자연의 선물이다. 하지만 그 물이 지나치면 홍수가 되어 인명과 재산을 앗아간다. 홍수는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엄청난 힘을 지닌다. 인터넷 역시 마찬가지이다.
인터넷은 정보를 손쉽게 전달해주는 지식의 보고요 문명의 선물이다. 하지만 정보의 홍수가 암시하듯, 인터넷 역시 사회적 재앙을 낳고 있다. 인터넷이 게임과 음란, 그리고 상업주의와 결탁하여 만들어낸 게임중독, 성매매, 자살 등의 사회적 병폐가 바로 그것이다. 그 일차적 희생자는 인터넷 바다 속에 살고 있는 청소년이다.
최근 청소년상담세미나에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3명이 인터넷 채팅 중 성매매 제의를 받은 경험이 있으며, 제의받은 청소년 중 16%가 실제로 성매매에 응했다고 한다.
성매매를 제의받은 초등학생 149명 가운데 3명이 응했다고 답했다. 청소년 3명 중 1명 이상이 자살 사이트 접속 경험이 있으며, 10명 중 4명은 동반자살의 유혹을 받고 있다고 한다. 위험 수위를 넘어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삼림이나 댐과 같은 치수산업으로 대비하지 않기 때문에 해마다 홍수는 재앙을 낳는다. 홍수는 자연 현상이지만 홍수 피해는 인재이다. 인터넷이나 성 해방이란 문화적 홍수를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대비만 하면 된다. 홍수 재앙을 실제로 대비하지는 못하지만, 인터넷이나 성 해방에 대해서는 경제적 이익에 눈먼 인간들이 자유를 핑계로, 하나의 자연스러운 문화현상으로 호도한다. 생각부터 바꾸어야 한다. 그렇다고 청소년들의 인터넷 사용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다. 컴퓨터나 인터넷은 생활필수품이 아니라 이제 생활 자체이다.
인터넷 사용 금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또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들은 세계화의 주역이고, 또 정보 이용의 권리를 갖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청소년들의 음란사이트나 자살사이트 접근을 막는 ‘차단 소프트웨어’와 같은 정보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위 기술주의적 접근법이다. 이는 일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청소년 성매매나 탈선을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올바르게 이용할 수 있는 건전한 사회를 만들고 바람직한 가치관을 형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는 철저한 이중성 사회에 살고 있다. 그것은 바로 나와 너의 구분이다. 내 아들이 음란 비디오를 보는 것에 반대하는 선량한 어른들이 자기 아들 또래 중?고생에게 음란비디오를 서슴없이 빌려준다.
내 딸의 원조교제에 대해서는 길길이 날뛰는 이 땅의 아버지가 자기 딸 또래의 여학생들과 원조교제 미끼를 던지고 즐긴다. 눈뜨고 볼 수 없는 철저한 나와 너의 구분이요, 이중성이다. 이런 이중성을 버리지 않는 한 문화적 홍수 피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에 못지 않게 청소년 개개인이 비판적 사고로 무장하여 바람직한 가치관을 확립하는 일이 중요하다. 청소년들은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파하는 것이 아니라 사촌이 논을 사면 자기도 논을 사야만 적성이 풀린다. 이성적 사고보다는 감성적 시각이 발달한 세대이다.
또 ‘어른들을 본받아’ 정신적인 가치보다 돈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배금주의가 이들의 무의식을 지배하여, 성을 그 수단으로 생각한다. 어처구니없는 가치관의 혼란이다. 이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또한 행복과 연관지어 사랑, 성, 그리고 돈의 우선순위를 확고히 할 수 있는 바람직한 가치관을 지닌 청소년을 길러야 한다. 이는 우리 모두의 몫이다.
김상득 (전북대 철학과 교수ㆍ윤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