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문제가 이제는 국제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탈북자가 외국의 외교공관에 진입한 경우 중국과의 외교적 교섭을 통해 제3국 추방을 거처 서울로 가는 방법을 택해왔다. 그런데 최근 중국정부가 중국 내 한국공관에 들어온 탈북자의 신병을 요구하는가 하면, 탈북자를 연행해가고, 우리나라 외교관을 폭행한 사건까지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북한을 떠나 중국, 러시아 등지에 있는 탈북자는 그 수가 얼마나 될까. 또 그들에게 우리는 어떠한 지위를 부여해야 할 것인가. 정부는 탈북자 수를 2천～3천명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인권단체, 종교단체들은 4만명에서 20만명 정도라고 말한다.

그러면 탈북자들을 우리는 어떤 범주에서 해석해야 하는가.

첫째, 헌법 제3조에 의거하여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되어있으므로 그 영토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주장.

둘째, 북한을 탈출하여 제3국에 체류하고 있는 일반적 범위의 북한 이탈주민을 말하는 경우

셋째, 우리나라 ‘북한 이탈 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한 탈북자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의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북한 이탈주민 중 보호의사를 표시한 경우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세 범주 중 가장 협의의 범위를 법으로 정해놓고 그것도 통일정책, 대북정책의 ‘상황적 논리’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는 정책을 펴왔다. 우리나라 정부는 탈북자 문제를 접근하는데 기본적인 원칙을 정해 놓아야 한다.

나아가 유엔고등판무관실(UNHCR)과 협력하여 난민지위를 얻도록 해야 할 것이다.

탈북자들은 ‘사회연계체계의 빈약으로 인한 외로움’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말하고 있으며, ‘자본주의적 생존기술’에 능숙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고, 자신을 ‘문제아’로 보는 남한사람들의 시각에 괴로워하고 있으며, 남한사회에 대한 지식과 이해부족에서 생기는 심리적,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탈북자 정착지원 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첫째, 우리정부의 탈북자 대량 발생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준비가 부족하다. 북한이 엄중한 감시를 하기 때문에 대량의 탈북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한 미온적 생각을 하고 있다.

둘째, 탈북자에 대한 정부의 체제적응 프로그램이 일률적이고 형식적이다. 예를 들면, 탈북자는 우선 정보사령부 합동심문소에서 6개월, 보호시설(하나원)에서 6개월, 거주지의 경찰에 의한 보호 2년 도합 3년을 보호하는데 담당경찰의 수시 점검으로 인해 인권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셋째, 취업프로그램도 본인의 취미나 특기를 고려하지 않고 공장노동자를 양산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정부는 북한식 가치관을 효과적으로 변화시키기면서 남한에서의 직업인, 생활인으로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건전한 시민으로 양성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탈북자들이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정부는 탈북자가 가지고 온 정보의 가치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하고 영구임대아파트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잘먹고 잘살던 사람’이 정보수준의 제공에 따라 보상금을 주기 때문에 ‘남한에 와서도 잘먹고 잘산다’고 불평한다.

또 탈북자들은 정부로 받은 보상금을 가지고 사업을 하다가 실패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탈북자의 80%정도가 영세민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탈북자문제는 외교적 차원에서 우리나라에 입국시키는 합리적이고 상호 이해적 차원의 해법을 찾는 문제와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의 복지문제를 다함께 고뇌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황진수 (한성대 교수, 행정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