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신화에서 대표적 악마는 치우(蚩尤)다. 중국의 시조로 신화시대 최고 권력자였던 황제(黃帝)에 대항, 그의 간담을 몇 번이나 서늘케 한 장본인이니 중국에서야 악마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치우가 누군가. 동이족과 연원이 닿아있는 염제(炎帝) 신농씨의 후예로 한민족 신화에서는 단군 이전 환웅시대 14대째 임금인 자오지 천황이 바로 치우다.
구리머리에 쇠 이마를 했으며 슬기롭고 지혜로워 능히 아홉 겨레를 거느렸고, 모래와 돌, 쇠붙이를 먹고 안개와 바람을 부르고 비를 내리게 했으며 우수한 병기 만드는데도 뛰어난 재주를 보였다.
황제와 10년에 걸쳐 전쟁을 치루면서 치우는 광대한 중국 땅을 차츰 정복, 한때 동이족의 국토를 크게 넓혀 민족의 군신(軍神)이 되었다.
그럼에도 민족 신화에 무지했던 한국의 한 TV에서 중국 신화를 그대로 작품화해 치우가 악마로 나오는 만화영화를 방영, 물의를 일으킨 적도 있다.
그 치우가 이제 세계 월드컵 축구대회를 공식 응원하는 ‘붉은 악마’의 상징 캐릭터로 등장, 세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세계는 지금 ‘붉은 악마’를 ‘콜리건’이라 부르며 영국의 ‘훌리건’이나 러시아식 ‘럴리건’ 등 세계의 광적 축구 팬들이 본받아야 할 모법 응원단으로 소개하고 있다. 응원에 있어서는 한국이 세계 월드컵의 우승국이라는 찬사까지 아끼지 않는다.
수많은 거리의 응원 인파들에게 질서의식의 모법을 보이고, 축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만을 불태우는 ‘붉은 악마’는 진정 우리사회에 하나의 희망을 던져주면서 미래 시민사회의 건전한 가능성 까지 보여 주고 있다.
그들이 택한 상징, 신화속의 군신인 치우의 재생 역시 반기고 싶다. 한 나라의 신화는 그 민족의 원형질이라 하지 않는가. 한민족의 원형질이 이 시대에 재생, 건전한 모습을 세계에 드러내고 있음인데 앞으로 남은 경기기간에도 ‘붉은 악마’들의 건투에 기대를 걸고 싶다.
김징자(언론인, 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