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월드컵 열기에 휩싸여 있다. 우리나라가 과연 몇강에까지 올라갈 것인가? 16강은 이제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8강, 4강을 바라보는 것도 공상이 아닌 느낌으로 다가온다. 정말로 온 국민이 염원대로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승부의 세계란 냉정하며, 또 늘 의외의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또 이긴 쪽이 있다면 반드시 진 쪽이 있다. 한쪽의 환호 뒤에는 다른 한쪽의 슬픔이 있다. 혹 우리나라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게 된다면 어쩔 것인가? 또 다행히 이번에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하더라도 늘 그렇게 이기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기고 짐이 있는 세계, 그 속에서 싸우지 않을 수 없는 세계가 바로 이 세계이다. 그 속에는 언제나 애환의 부침(浮沈)이 있다. 그것을 사바세계의 괴로움이라고 할 것인가? 헛되고 헛된 것이라고 웃어 넘길 것인가?
이렇게 웃고 넘기며 가볍게 보는 태도를 초연한 자세라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냉소적인 태도야말로 당당한 태도가 아니라 승부에 대한 집착에서 나오는 것이며, 두려움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진정으로 승부를 넘은 사람은 오히려 당당하게 승부에 임한다. 그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공자는 활쏘기의 다툼을 “그 다툼이 군자답다!”고 하였다. 져도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으며 이겨도 겸양한 활쏘기의 자세를 찬양한 것이다. 힌두교 성전인 바가바드 기타에서는 결과를 떠나 오로지 자신의 의무에 충실한 자세로 정의로운 전쟁에 나서야 한다는 가르침을 펴고 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이긴 이(一切勝者)이신 부처님의 가르침에서는 이러한 우리 세상의 다툼을 어떻게 볼 것인가?
우선 승부에 집착하는 그 마음을 넘어섬에서 모든 것을 이기는 근본 자세일 것은 틀림없다. 그리고 일단 그런 확고한 바탕에 선다면 오히려 온 힘을 다하여 당당한 승리를 위한 싸움에 뛰어들 것이다. 불자들의 싸움은 그러한 것이어야 하고, 또 그렇게 다툴 때에야 승자도 패자도 모두 승자가 될 수 있는 그러한 아름다운 다툼이 있게 될 것이다.
성태용(건국대 교수, 현대불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