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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사심의 기구' 만들자
환경 문제는 이제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예민한 사회적 의제가 되었다. 과거, 개발이 약속한 보랏빛 미래가 결국은 잿빛 하늘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삶의 질’을 따지는 개인의 각성이 환경 문제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여전히 개발/반개발이 대립한다. 북한산 관통도로, 천성산 경부고속철 관통, 새만금 방조제 공사 등 굵직한 현안만 해도 여럿이다.

최근 들어 불자들의 환경 의식이 경이적으로 향상되었다. 조계종 총무원과 불교환경연대가 1월부터 조계종 소속 사찰의 스님과 신도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 따르면, 92%의 불자가 반환경적인 불사를 할 경우 적극적으로 반대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과거 불교계가 사회적 문제에 둔감한 집단으로 비춰지던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또한 설문에 응한 대부분의 불자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친환경적인 제품을 쓰고 1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는 ‘반환경적 불사’라는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명백한 ‘형용 모순’이다. 불사가 어찌 반환경적일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건 불사가 아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저없이 진리라고 믿는 까닭은 어떤 경우에도 옳기 때문이다. 거기에 불법의 위대함이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이 왜곡되었거나 사회의 요구가 비뚤어진 것이다.

살피고 또 살필 일이다. 혹 불사 행위에 ‘반’환경적인 구석이 없는지. 만약 있다면 그건 반불교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이 고쳐지지 않으면 ‘수행 환경’ 보장의 목소리마저도 집단 이기주의로 비칠 수 있다. 종단 차원의 ‘불사심의기구’를 조속히 가동시켜야 할 때다.
200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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