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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월드컵, 우리 문화 성찰 계기로
외국에 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문화적 차이, 특히 언어 소통의 문제가 ‘개별자’로 하여금 ‘한국인’임을 몸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렇듯 문화란 물고기에게서 물과 같다. 그러나 같은 물이라 할지라도 민물이냐 바닷물이냐에 따라 사는 고기가 달라진다.

민물과 바닷물의 차이, 문화의 차이란 그런 것이기도 하다. 아무리 이질적인 문화라 하더라도 ‘인류’라는 이름 앞에서 보편적 속성을 가지며, 자연적ㆍ역사적 차이에 따라 특수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월드컵 열기로 온 나라가 뜨겁다. 조그마한 공 하나가 세계인을 한국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인류 보편의 속성이, 한국의 고유성을 세계에 펼쳐 보이고 한국인 스스로 한국 문화의 특수성을 자각케 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네 삶의 양식 대부분이 서구화됐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서라도 ‘우리 것’에 대한 자각은 중요하다. 물론 국수적 태도의 우리 것 강조는 경계해야 하지만, 진정한 우리다움과 가꾸고 다듬어야 할 가치를 확인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경주ㆍ대구ㆍ광주 등 10개 국립 박물관의 <일본 미술 명품전>ㆍ<신라의 금동불>ㆍ<한국 전통 복식 2000년>ㆍ<남도 명품전> 등 기획전은 각별한 주목을 요한다. 월드컵 개최국으로서 세계인의 눈에 우리 것을 보여 주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고, 우리 스스로 우리 문화의 다양한 면모를 살피는 일도 중요하다. 특히, 월드컵이 마련해 준 세계적 ‘멍석’은 ‘보편과 특수’라는 문화의 두 가지 속성 모두를 체감하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어떤 의미에서 국립박물관의 이번 기획전은 한국인에게 더욱 중요하다. 서구화와 세계화가 등치된 시대를 살면서 정녕 우리가 갈고 다듬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200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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