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546년 ‘부처님 오신 날’ 행사의 코드(code)는 곧바로 전 세계로 이어져 있음을 느낀다. 세계 스포츠 제전인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마치 그 전야축제처럼 온 국토에 연등을 밝히는 ‘부처님 오신 날’ 문화 축전들이 그렇고, ‘부처님 마음으로 인류 평화 성취를’이란 봉축 표어 또한 세계인을 향한 예사롭지 않은 제의를 담고 있다.
불교계는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널리 세계에 전하겠다는 각오로 진작부터 올해의 봉축 행사들을 여법하게 준비해 왔다. 봉축행사를 국민축전으로 승화 시키고 외국인들을 대거 참여시켜 불교문화를 널리 세계에 알리는 한편, 사부대중의 자비 실천 행사로 믿음과 신행의 본보기를 세계에 보여 주겠다는 것이다. 진정 불자들의 할 일이 많고 또 그 일들을 해내야만 하는 올해의 ‘부처님 오신 날’ 이 아닐 수 없다.
‘천상천하에 오직 내가 존귀하니, 세상의 고통을 내 마땅히 평안케 하리라(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吾當安之).’
저 유명한 부처님 탄생게는 오늘의 세계에서 그 의미가 더 빛나고 있음인데, 지난해 9.11 테러사태 이후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갈등과 대결로 치달아 인류는 불안과 고통에 떨고 있으며 이와 연계된 국내 사정 또한 극과 극의 극한 대립을 불러 고통을 불러오고 있다.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 부패한 권력으로 해서 썩어 가며 병들고 있는 세상, 그래서 ‘부처님 오신 날’은 바로 오늘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조계종 종정 법전스님은 법어를 통해 ‘오늘은 중생이 부처로 탄생되는 날, 이제 밖에서 찾을 것 없으니 마음속에 살아있는 여래를 봐야하며 귀천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히고 ‘자기가 살려고 남을 해치는 것은 지옥을 만드는 일이요, 중생을 위해 자기를 버리는 것은 안심입명(安心立命)을 얻는 길’이라는 뜻 깊은 메시지를 내 놓았다. 우리가, 아니 인류가 지금 어떻게 변화해야 병들고 혼탁한 세계에 희망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인지의 가르침이 담겨 있다 할 것이다.
‘오늘은 중생이 부처로 탄생되는 날.’
그렇다. 부처님의 대비 심은 아픔으로 고통 받고 있는 중생들을 보시고 눈물을 흘리시는 마음이다. 우주 삼라만상을 그 대비 심으로 가득 채우고 계신 부처님은 지금도 자비의 눈물 흘리시며 우리들에게 마음속 부처 성품을 불러일으키도록 일깨워 주고 계신다. ‘마음속에 살아있는 여래를 보라’고. ‘그 여래는 동체대비의 마음이며 동사섭이 아니겠느냐’고.
그래. 오늘 우리는 부처로 다시 태어나야 하는 날이다.
고통 받는 중생들에게 부처님 탄생은 치유를 위한 희망의 근거를 마련해 주고 고통 받는 매일 매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 되어 끝내는 모든 중생 스스로가 부처로 거듭 나게 되는, ‘중생이 부처되는 날’ 이 오늘인 것이다. ‘인류 평화의 성취’란 공안 역시 여기서 해법의 열쇠를 찾을 것이다.
올해 봉축 기간은 한국불교가 부처님 오신 뜻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온 국토에 연등을 밝히고 천년을 이어온 수승한 문화전통을 세계인 앞에서 펼쳐 보이는 장엄한 행사들이 왜 필요하지 않겠는가. 독특함으로 빛나는 한국 불교문화를 불자들의 애정과 자부심으로 국제무대에 올려 이를 세계문화의 보편성에 편입되도록 노력하는 일 역시 큰 의미를 지닌다 하겠다.
그러나 부처님 오신 뜻을 세계 속에 구현해 나가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자들, 그 사부대중들의 신 해 행 증의 나타냄이 아닐 수 없다.
먼저 믿음을 낸 사람들의 솔선한 행 증의 증거, 보살행의 증거가 없고서야, 그리고 믿음으로 해서 ‘중생이 부처되었음’을 보여주는 변화의 증거가 없고서야 사람들, 나아가 세계인들에게 어찌 부처님 오신 뜻을 올바로 전해 줄 수 있겠는가.
올해 봉축연등을 밝히면서 ‘중생이 부처되는’ 그런 서원들을 세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