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영 (취재 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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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불교진흥회의 한 관계자가 4월 25일 본사로 전화를 걸어왔다. 내용인즉, 군불교진흥회 간부를 사칭한 사람이 군법당에 지원할 물품을 보관하고 있는 서울 은평구 모사찰에 찾아와 보관물품을 인수해 갔는데, 확인 결과 물품을 인수해 간 사람은 군불교진흥회 관계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며 어이없어 했다.
군불교진흥회에 따르면,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군법당에 위문품 보내기 운동’이 한창인 요즘, 이를 악용해 각 사찰에 다니며 ‘군법당 위문품’ 운운하며 금품을 요구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봉축행사를 빌미로 금품을 갈취하는 사건은 빈번히 발생해 왔지만, 군포교를 사칭한 사건은 알려진 바 없었다. 특히 이번 사건은 불구용품 강매나 단순 금품 갈취 등 기존의 수법과는 달리 취약한 군포교 현실을 악용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더해준다.
군불교진흥회는 지난달 17일 최초 피해사례가 보고된 직후 불교계 각 종단과 사찰에 공문을 보내는 등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나서고 있지만, 개별 사찰까지 공문을 발송하지 못해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10여일 동안 밝혀진 사례는 3건. 여기에 알려지지 않은 사례까지 피해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열심히 군포교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군포교 관계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불자들간의 불신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불교는 전통적으로 자비행과 함께 서로간의 믿음을 미덕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보시를 하더라도 받는 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따져봐야 하는 세태가 됐다. 아무리 ‘보시하는 마음’ 자체가 소중하다지만, 그것이 잘못 쓰여진다면 누구도 달가워 할리가 없다. 갈취 당한 액수의 크고 작음을 떠나 이번 사건으로 불자들이 스님을, 스님이 불자를 믿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