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아무개라고 하는 잊지 못할 목사님이 한분 계시다. 그분을 잊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두 가지만 소개한다.
80년대 초였다. 그는 나에게 자기교회에 와서 강의해줄 것을 부탁했다. 달동네 그의 작고 허름한 교회에 와서 불교이야기도 좋고 인생이야기도 좋으니 신자들에게 이야기를 좀 들려달라는 것이다. 나는 기꺼이 그의 청을 받아들임으로써 화답해 주었다.
또 한번은 허 목사님 교회신자인 건달기 있는 어느 청년이 사석에서 술에 취해 내게 시비를 걸자 목사님이 두 팔을 걷어부친 채 그를 무력으로 응징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도 있다. 그것이 나에 대한 그분의 최상의 배려였던 것이다.
남에게 이렇게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목사든 아니든 부처님처럼 존경하는 마음이 샘솟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 아닐까?
여즘 사회지도층 인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실망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그들이 남에 대한 배려보다는 오히려 아집의 극치를 보여주는 경우가 더 많아 보여서다.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사람들의 연설을 들어보면 상대 당이 아닌 자기 당 사람들끼리도 흠집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느낌이다.
종교를 믿는 사람들 역시 내 종교만 믿으면 만사가 해결된다는 식의 환상에 사로잡혀 타종교를 깎아내느라 순교적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자주 엿보게 된다. 많은 지식인들 역시 아집에 빠져있기는 마찬가지다.
단적인 한 예로 한자교육병행을 반대하는 한글학자는 많아도 찬성하는 한글학자 이야기를 나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이렇듯 상대를 배려하고 칭찬하는 모습은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자기밖에 모르는 아집과 어리석은 욕심에 연연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지도층을 많이 차지할수록 우리나라의 미래는 그만큼 어두울 수밖에 없다. 지도층 인사가 되려면 어느 분야에 몸담고 있던 남을 배려하는 마음부터 가꿀 일이다.
도수(본지 논설위원ㆍ정업도량 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