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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세상보기> 富 사회회향, 빈곤층 자립에 써야
송일호(동국대학교 교수 경제학)

얼마 전 유엔개발계획(UNDP)은 세계의 빈곤에 관한 통계를 발표하였다. 전세계에서 하루 1달러 미만의 생계비로 살아가는 절대빈곤층이 12억명에 달하며, 세계 3대 부자의 보유자산이 49개 최빈개도국(LDC)에 거주하는 6억명의 연간 소득을 합산한 것보다 많다는 것이다. 또한 유니세프의 통계에 의하면 1분마다 20명의 어린이가 가난과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고, 하루 3만명에 달하는 5살 이하 아동이 예방가능한 원인 때문에 사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절대빈곤층을 줄여나가는 노력이 국제기구를 통해 꾸준히 전개되어 빈곤층의 비율이 과거에 비해 지난 50년간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1960년 이래 개도국의 아동 사망률은 절반 이상 줄어들었으며 영양실조로 고생하는 아동 비율은 약 3분의 1이 줄었으며, 지난 20여년에 걸친 기초적인 면역 확대로 3백만명의 아동이 목숨을 구했다. 또한 초등학교 중퇴율은 50% 이상에서 25% 이하로 감소했다.

한편 절대빈곤을 추방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비용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은 아니라는 생각도 해본다. 전세계 모든 아동에게 기초교육을 제공하는데 드는 비용이 60억달러인 반면에 매년 유럽에서 아이스크림 소비에 1백10억달러가 지출되고 있고 전세계에서 스낵 등 정크 푸드에 9백20억달러, 화장품에 6백60억달러를 각각 쓰고 있다고 한다. 또한 20개 최극빈국가에 대한 실질적인 부채탕감 규모는 적게는 디즈니 건설비용 수준인 55억달러, 많게는 스텔스 전폭기 1대 가격보다도 적은 77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추산한다. 따라서 국제사회에서 이를 홍보하고 여론을 형성하여 힘을 모은다면 절대빈곤의 추방이 결코 인류사회의 요원한 희망으로만 남지는 않을 것이다.

불교적 관점에서 빈곤과 부유는 큰 차이를 지니지 않는다. 빈곤이 전생으로부터 시작된 현생의 과물이라면, 부유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부처님은 업의 소산에 개체를 맡기는 것을 경계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의지를 강조했다. 때문에 부유층은 부를 공동의 사회로 회향하고 빈곤을 타파하는 공동체적 사회가 바람직하다 하겠다.

지금 당장 절대빈곤층에게 필요한 것은 영양과 보건, 기초교육 지원, 식수 및 위생사업을 위한 지원일 것이다. 이를 위해 모든 국가가 그리고 이 지구촌에 사는 모든 시민들은 절대빈곤의 추방이 달성가능한 목표라는 인식 아래 함께 동참하여 고통을 나누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2차대전 이후 패전국과 동유럽 그리고 중국 등과 함께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아왔으니 이제는 베풀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봄직도 하다.

아울러 더욱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절대빈곤을 추방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이들 절대빈곤층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일이다. 앞으로는 네트워크시대에 기술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나라들은 인간개발에서 뒤처지고 세계경제의 주변국으로 전락하게 되어 영원한 극빈국의 멍에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 고통은 고스란히 그 나라의 국민 특히 어린이들에게 전가되어 빈곤의 고통을 대물림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국제기구가 앞장서 이들 극빈국이 현 상황을 극복하고 미래를 향해 도약할 수 있도록 기술교육을 비롯한 인적자원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결국 장기적인 측면에서 볼때 교육에 대한 투자만이 가난을 스스로 극복하고 미래의 가치를 창출하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2002-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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