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몸살을 앓고 있다. 사람들이 저마다 짐을 지고 올라가면 산은 몸살을 앓는다. 산도 휴식년제를 적용하여 한 두 해 쉬도록 하면 생기를 되찾고 몰라보게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는 행패가 대단하구나 하는 느낌이다.
일간에 서울의 한 산악연맹이 주관이 되어 북한산에서 산악마라톤이란 것을 열어 축제를 삼으려고 한다는 소식이다. 주관 단체가 내세우는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한 보도에 의하면 북한산 국립공원이 우리나라에서 산을 찾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드나드는 곳이라고 한다. 연간 400만 명이 넘는다고도 하고 비공식적으로는 700만 명이라고도 전한다. 산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산을 타는 전문 등반가도 있겠지만 취미 삼아 산을 오르는 아마추어 산꾼들도 있다.
목적에 따라서는 연구를 하는 분들도 있겠고 산을 의지하여 생업을 가진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분들의 공통적인 마음이라면 산과 더불어 함께 살고자 하는 자연 친화적인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이 자연 친화적인 마음을 구현하는 방법은 개인이나 단체에 따라서는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산을 훼손하거나 인위적으로 괴롭히기를 자청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자신들이 목적 삼는 일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그 일이 결과적으로 산을 훼손하는 일이란 것을 알지 못할 뿐일 것이다.
"보살들은 길을 다닐 적에 산 풀도 함부로 밟지 않는 것인데 하물며 손으로 뽑을 것인가" 자비심을 가르치는 부처님의 계율 말씀이다. 산길을 걸으면서도 생물에게 훼손을 줄까봐 짚신조차 엉기성기 설은 신을 신고 다녔다는 선조들의 일화를 한번 생각해 보자.
맨발로 올라간들 밟히는 생물이 어찌 없겠는가 만 그런 마음을 간직하자는 가르침일 것이다. 돌이켜 보면 산을 무지막지하게 오르는 것뿐만 아니라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산을 깡그리 뭉게버리는 작업도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하면 자연과 함께 하는 마음이 실종된 참담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이다.
건강한 자연이 결국 우리들의 건강이란 것을 통촉해 보자. 우리들이 아무리 긍정적인 목적이라고 해도 그 행사의 결과가 자연이나 우리에게 부정적이라면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이근후(불교상담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