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2년 4월11일 출범한 통합종단 40주년을 맞아 조계종이 8일 오후 2시 조계사 문화교육관에서 기념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종범스님(중앙승가대 총장)의 기조발제와 함께 김광식, 유승무, 심익섭 교수가 각각 주제발표를 하며, 현고스님(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본각스님(중앙승가대 교수), 현각스님(종회의원)이 토론자로 나선다. 다음은 기조발제 및 주제발표문을 요약한 것이다.
**종범스님(중앙승가대 총장) - 宗體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 필요
대한불교조계종이 가지산문에서 기원하며, 도의국사를 종조로 하고 고려 태고국사를 중흥조로 한다는 등의 종지종통 표기는 많은 과제를 남겨놓고 있다.
즉, 대한불교조계종이 신라 하대에 개산된 가지산문에서 기원한다면 그 이전의 신라 중대 및 삼국시대의 불교사를 조계종에서는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도의국사에서 보우국사까지의 종통계승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통합종단은 종헌이 20여 차례 개정되는 등 안정을 이루지 못하고 종책사업을 지속적으로 펼치지 못하는 등 아쉬움이 많다.
따라서 대한불교조계종은 우선 정체성에 대한 폭넓은 조명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종통(宗統)에 대한 관심보다 종체(宗體)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와 함께 동아시아 불교와 비교 연구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체성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다원화된 사회에 적합한 수행 가풍 형성을 위한 방법이 모색돼야 하며, 사회참여를 통한 종단의 역량 강화도 종책차원에서 연구돼야 한다.
**김광식(대각사상연구원 연구부장) - 정화운동의 부정적 측면 성찰해야
1962년 4월에 정식 출범한 통합종단으로서의 대한불교조계종의 등장은 근현대 불교사상에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우선 1955년 전국승려대회에서 가시화된 제반 변화 및 질서를 더욱 공고히 하고, 불교혁신운동 과정에서 나온 수행승 중심의 승단 재건정신이 구현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 일제 하 식민지 불교체제하에서 대두된 식민지불교의 극복 및 전통불교 수호 정신이 조계종단의 이념적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통합종단 성립과 관련한 부정적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통합종단 성립에 공권력이 개입되고, 수좌중심의 승단으로 재편된 문제, 또 8년간의 정화운동사에서 나타난 부정적 측면 및 부산물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었다는 점 등은 종단 진로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문제를 종합적, 거시적으로 바라보면서 동시에 각 문제에 대한 이해와 객관적, 균형적인 시각을 가질 때 대한불교조계종의 성립과 통합종단에 대한 인식이 바로 설 수 있다.
**유승무(중앙승가대 교수) - 3대 종책사업 시대적요구 맞게 혁신
통합종단이 등장한 이래 ‘역경·포교·교육’의 종단 3대 종책에 대한 성찰적 논의는 거의 없었다. 그러다보니 모범적이지 못한 과거의 사업방식이 관행적으로 이어지고, 종책 목표가 추상적으로 표현되는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물론 고려대장경이 한글로 번역되고 포교 역량이 확대됐으며, 승가교육체계가 정비되는 등의 성과도 적지 않다.
그러나 포교분야에서는 포교원의 종책사업이 포교환경 및 포교현실에 잘 부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외형적인 행사나 업적 위주로 기획됐고, 교육분야에서도 기본교육기관들 사이의 관계가 혼란스럽게 방치되고 있으며, 현대화된 교육 프로그램이 크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종단의 3대 종책사업은 내적 혁신과 시대적 요구에 조응하는 방식으로 혁신될 필요가 있다. 특히 역경 및 포교 종책은 정보화시대에 대비해야 하고, 교육 종책은 다가올 지식기반사회에 대비해야 한다.
**심익섭(동국대 교수) - 종무행정 전문·독립성 이뤄지길
통합종단 출범 이후 종헌은 98년까지 22차례에 걸쳐 개정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는 종단운영이 합리적이고도 견고한 안정성을 확보하지 못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권력의 분권화는 계속해 이뤄졌다. 해방 후 50년대 말까지 지속된 도교구제(13교구)가 통합종단에서는 25교구본사체제로 정립됐고, 이에 따라 전통불교의 권위와 운영합리화를 위한 분권적 구조가 갖춰지게 됐으며, 종단운영도 상당한 수준으로 전문화됐다.
특히 1994년 개혁종단 출범은 그동안 누적돼 왔던 종단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면서 제도정립과 운영의 활성화를 꾀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결국 앞으로 최대 과제는 종무행정의 운영활성화와 전문화다. 종무행정에 대한 독립성을 인정함으로써, ‘전문화된 종무행정’과 ‘직업인으로서의 종무원’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승가 종무원의 역할에 대한 방법모색돼야 한다. 또 종무행정이나 종책에 종도들이 참여함으로써 조직운영이 정당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