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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물쓰듯' 옛말… 한방울도 아껴야'
사람이 다이아몬드를 주식으로 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인류는 진작 지구상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흙에서 나온 것을 먹고 살도록 태어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부처님 가르침에 의하면 삼라만상이 내 생명과 무관하지 않다. 무관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나를 펼쳐놓은 것이 우주이며 두두물물이 나의 연장선상에 있다. 난생(卵生)이든 습생(濕生)이든 모든 생명의 바탕은 유기물이기 때문에 흙과 물과 공기는 생명의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생명이 이렇듯 무궁무진한 것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 자체가 생명의 오묘함이다. 따라서 흔하디 흔한 흙과 물과 공기가 사실은 가장 소중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뜬금없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중생이 참으로 어리석어서 소중한 것은 천하게 여기고 필요없는 것을 오히려 애지중지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공기 없으면 3분 살기도 힘들고 물 없으면 하루 살기가 어려운데 물과 공기는 우습게 여기고 생명을 유지하는 데 아무 소용이 없는 다이아몬드라고 하면 사족을 못 쓰니 어리석다고 안 할 수 있는가 말이다.

사람이 육식을 포함해서 영양 섭취를 위한 식량생산에 들어가는 물의 양은 1년에 약 1천 700톤이라고 한다. 이것을 기준으로 1인당 연간 사용가능량이 1천톤 이하면 물기근 국가로 1천700톤 이하면 물부족국가로 분류하는 데 우리나라는 벨기에 케냐 모로코 폴란드 르완다 소말리아 남아공과 함께 유엔이 정한 물부족 국가로 분류된다. 우리나라 강우량이 연간으로 따지면 세계 평균 1.3배(1.274미리)인데 우리나라가 물부족 국가로 분류되는 것은 물의 이용관리시스템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물론 여기에는 강우량이 6,7,8 3개월에 집중돼 있고 경사가 심해 빠른 속도로 3면의 바다로 유입돼 버리는 지형적 특성, 그리고 하천과 댐의 이용관리의 허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의 물 귀한 줄 모르는 낭비 습관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하루 395리터의 물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281) 덴마크(246)등 OECD 선진국 보다 많고 독일(132)의 세 배나 된다. 수세식 화장실과 집안의 샤워 시설을 부러워하던 시절에는 물 사용량이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였다. 그런데 이제는 1인당 물 사용량이 시민의식을 가늠하는 척도가 됐다. 물 사용량이 많을수록 시민의식이 뒤떨어진다는 말이다. 인구 60억 돌파 후 물부족은 식량, 에너지와 함께 지구촌의 새로운 고민으로 등장해 우리나라도 20년 후면 물기근 국가가 된다고한다. 아울러 각국은 앞으로 5년 내지 10년 후 물기근이 올 것에 대비 공급 대책을 세우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 그래서 지각있는 사람은 물을 물 쓰듯 하지 않기 때문이다. 샤워할 때 물을 잠그고 비누칠을 하면 30원이 절약된다고 한다. 그깐 돈 30원 아끼자고 샤워 꼭지 잠궜다 켰다 하기가 귀찮게 생각되겠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각 가정이 수도요금 몇백원 아니 몇천원 더 내는 것은 별 것 아니지만 그 물을 공급하느라 들어가는 비용과 소비된 생활하수의 처리비용이 천문학적인 숫자인 것이다.

가정에서 습관을 바꿈으로써 절약할 수 있는 물을 수도요금으로 환산해 보자. 세면물 받아서 하면 10원, 기름기 묻은 그릇 화장지로 먼저 닦으면 40원이 절약된다고 한다. 100만 가구가 이것을 실천해서 가구당 연간 1만원을 절약한다고 치자. 그 1만원은 별 것 아니지만 절약되는 물의 양은 1천 800만톤으로 이 수돗물을 생산하기 위해 들어가는 정수장 건설과 유지관리 그리고 하수처리비용이 1천200여억원이 들어간다. 이것이 주민의 세금에서 나가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계산은 또 달라진다.

황금을 우습게 알면 복을 받지만 물을 우습게 알면 재앙이 온다. 반대로 황금을 좋아하면 재앙이 오고 물 한방울 귀한줄 아는 삶에는 복이 깃든다.

김재성 대한매일 논설위원
200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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