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오후에 발생한 경찰의 조계사 법당 난입사건이 수습되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확대될 조짐을 보여 큰 걱정이다. 우리는 먼저 정부가 이번 경찰의 불교 경시 내지 불자 멸시 행위를 야기한 지휘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고 재발방지를 담보할 수 있는 신뢰적 조치를 취해 이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길 바란다.
당시의 현장상황을 보면 경찰이 군화를 신은 채 법당에 난입할 정도로 긴박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법당으로 피신한 일부노조원들이 기물을 파손하거나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회가 진행되고 있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폭력사태를 자행한 것은 쉽게 용서하지 못할 중대사태라고 아니할 수 없다.
또 이번사태의 배경엔 총무원측이 공권력 투입과 노조원들의 퇴거를 경찰에 서면으로 요청한데서 발단됐다고 전해지고 있어 많은 불자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총무원측은 그 이유를 해명하고 불자들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조속한 사태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조계사의 시설보호가 급하고 불가피했다 해도 좀더 신중을 기했어야 했고, 또 공권력투입 자제를 요청한 명동 성당 쪽과 비교할 때 너무나 대조적인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종교시설은 만인을 위해 보호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피난처의 역할도 저버릴 수 없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망각해선 안된다. 대다수의 불자들은 이런 사태가 터질 때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신군부에 의해 조계사 법당이 유린당한 1980년의 대법난을 생생하게 떠올린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